10% 할인, 10% 적립, 7% 캐시백 … ‘신용’ 못잖은 체크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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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은행의 ‘찬밥 신세’에서 ‘효자’로 위상이 달라진 금융 상품이 있다. 바로 ‘체크카드’다. 체크카드는 은행 입장에서 달가운 판매 상품은 아니었다. 판매에 드는 품에 비해 얻는 수수료 수익이 신용카드보다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체크카드는 은행 입장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로 떠올랐다. 체크카드는 해당 은행의 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을 바탕으로 결제가 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체크카드와 연동된 계좌가 있는 은행을 쉽게 옮길 수 없다. 은행이 고객을 붙잡아 두는 강력한 ‘볼모’가 체크카드인 셈이다.

계좌이동제 앞두고 서비스 강화
“체크카드 받으면 주거래 고객 된다”
수수료 수익 적어도 최근 혜택 늘려
예금·대출·급여 이체하면 포인트
학원비 5%, 토익 비용 2000원 할인

 이런 변화로 덕을 보는 건 소비자다. 은행의 고객 끌기 전략 덕에 그동안 주춤했던 체크카드의 서비스가 또다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체크카드는 연간 사용액이 130조원대로 성장했지만 수익성이 약화돼 최근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KB금융지주 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신용카드 대비 체크카드 사용액의 비중은 2005년 4.9%에서 2015년 33.3%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증가 폭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정훈 KB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가 서비스 비용은 증가하는 데 비해 수수료 수익은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은행 입장에서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체크카드의 서비스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시중은행이 체크카드 판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소환영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 상품팀장은 “체크카드를 발급한 고객이 체크카드를 받급받지 않은 고객에 비해 주거래 고객이 될 확률이 높다”며 “체크카드 계좌는 계좌이동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향후 체크카드 발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계좌이동제를 대비해 은행을 주거래로 이용하는 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상품을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금융 환경의 변화로 체크카드를 만들면 신용카드 못지 않은 할인·적립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SC은행은 5일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 계열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세계 360체크카드’를 선보였다. 매월 30만원 이상 3개월의 사용 실적이 있을 경우 신세계백화점·이마트·스타벅스 이용시 최대 10% 적립해준다. 은행의 예금·대출·급여 이체 등 각종 금융거래를 할 때도 거래 실적이 모두 포인트로 합산된다. 이렇게 쌓인 포인트는 현금처럼 쓰거나 신세계 포인트로 전환할 수 있다. 또 환전시 70%의 우대 혜택도 받는다. 농협 올원 체크카드는 농협 전 계열사의 혜택이 포인트로 통합되고, 적립된 포인트는 카드결제대금·대출 원리금 상환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크카드도 늘고 있다. 하나 카카오페이 체크카드는 젊은 층을 겨냥해 교보문고·아모레퍼시픽 등 카카오페이 가맹점에서 1만원 이상 결제시 7% 캐시백을 제공한다. 신한 S20 체크카드는 1020세대를 겨냥해 탄생했다. 교보문고·반디앤루니스 등 서점과 YBM시사·파고다 등 학원 수강료를 5% 환급 할인해 주고, 토익 응시료도 2000원 깎아준다. 40대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는 쇼핑·주유·해외 거래 등을 할 때 유리한 ‘미래설계 체크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우리 가나다 체크카드는 3개 소비영역 중 선택 업종에서 1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신용카드보다 나은 혜택도 있다. 농협의 올원 카드는 전달 실적에 상관없이 건당 2만원 이상 이용하면 0.2%~0.4%를 적립해 준다. 신협 그린 카드도 전달 실적 상관없이 1만원 이상 0.3%, 5만원 이상 거래하면 0.5%를 현금으로 돌려준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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