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정 기름 급식’ 비리 의혹 끝까지 파헤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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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급식비 안 냈으면 밥도 먹지 말라”는 막말로 촉발된 충암중·고교의 급식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충암학원은 서울시교육청의 급식운영 감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감사를 담당했던 감사관 등 관련자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키로 했다. 학원 측은 “시 교육청의 발표는 추정과 과장에 의한 사학(私學) 때리기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이 횡령금액을 과장해 발표했고, 식용유가 검은색이 될 때까지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해당 감사관은 ▶학원 측이 배송용역 직원 수를 부풀려 인건비를 과다 청구하고 ▶식재료를 빼돌려 재사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급식비를 횡령한 사실이 모두 증거를 통해 확인됐다고 했다. 학원 측이 비리의 핵심 내용과는 무관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반박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충암학원이 2011년부터 지금까지 4억여원의 급식비를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학교장 등 18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런 와중에 나온 현직 충암고 교사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그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만두 튀김 등에서 검정 기름 가루들이 많이 묻어 나오곤 했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이 학생들이 먹어야 할 식자재를 빼돌리는 방법으로 횡령을 한 걸로 알고 있다. 쌀이나 김치 같은 것도 30% 이상 부풀려 위탁 운송 및 배송을 한 것처럼 위탁업체와 계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급식을 둘러싼 어른들의 추잡한 거래 의혹에 대해 해당 학생들에게 민망하고 미안할 뿐이다. 이러고도 교육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말할 수 있을지 자못 의심스럽다. 해당 학원 측은 서울시교육청의 발표에 대해 억울해하고 있지만 시중의 여론은 부정적이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느냐”는 의구심에서다.

 수사기관은 사학 재단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검정기름 급식 비리’ 의혹에 대해 끝까지 파헤쳐줄 것을 촉구한다. 교육청도 이번 추문을 계기로 다른 학교들의 급식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조사를 벌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