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3위 이끈 이현호 "수비 덕분에 흥겹게 던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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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사진 일간스포츠]

어린 투수가 큰 경기를 잡았다. 프로야구 두산이 좌완 이현호(23)의 호투를 앞세워 준플레이오프(준PO) 직행 티켓을 따냈다.

두산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9-0으로 승리했다. 79승65패가 된 두산
은 넥센(78승1무65패)을 반 경기 차로 따돌리고 3위를 확보, 5전3승제의 준PO에 진출했다. KIA는 이날 패배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 초반에는 야수들이 이현호를 도왔다. 1회 초 2루수 오재원은 1번타자 신종길의 땅볼 타구를 역동작으로 잡은 뒤 1루에 뿌려 아웃시켰다. 좌익수 김현수도 김원섭의 뜬공을 몸을 날려 잡아냈다. 긴장이 풀리면서 이현호의 구위는 점점 좋아졌다. 3회까지는 직구 위주로 KIA 타자들을 윽박지르며 1안타만 내줬다. 포수 양의지와의 호흡도 빛났다. 4·5회에는 슬라이더와 커브 비중을 높였다. 6회 안타 2개를 맞으면서 2사 1·2루에 몰렸지만 구원투수 스와잭이 범타로 처리했다. 5와3분의2이닝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한 이현호는 시즌 5승(1패)째를 따냈다. 두산 팬들은 3위가 걸린 싸움에서 역투한 이현호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현호와의 1문1답.

-선발 등판은 언제 알았나.
"어제 밤 통보받았다. 그래도 로테이션 상황을 통해 어느 정도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밤에 잠을 잘 못 잤다. 긴장 안 하려고 해도 떨리더라."

-마운드에선 편해보였다.
"부담감이 없었다. 짧은 이닝을 던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선발이 아니라 첫번째 투수라고 생각하고 던졌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 선수들끼리 어떤 얘기를 했나.
"주장 오재원 선배를 중심으로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1회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대단했다. 솔직히 긴장해서 내 공을 못 던지고 있었는데 수비들이 잘 잡아줘서 자신있고 흥에 겨워서 던질 수 있었다."

-올 시즌 이룬 목표들을 다 이뤘다.
"원래 목표를 크게 잡기보다는 조금씩 목표를 세우는 편인데 다 이뤘다. 부상없이 시즌을 1군에서 마치고 싶었고, 선발 기회가 오면서 5승을 생각했는데 달성했다. 오늘도 길게 던지지 못할 거 같아서 5회를 못 채울 줄 알았는데 기쁘다."

-포스트시즌에선 불펜으로 나설 것 같다.
"정해지진 않았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어느 보직이든 나갈 준비는 되어 있다. 처음이니까 기분좋다."

잠실=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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