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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가치가 곧 대한민국의 가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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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호 30면

과거 제주는 유배지였다. 누구나 제주 하면 귀양 1번지, 소외와 차별의 역사를 떠올렸다. 그 역사 속에서 쌓였던 피해의식은 지금도 제주인들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제주는 작다. 제주도민 60만 명이 모두 힘을 합쳐도 서울의 어느 구청 하나가 벌이는 사업역량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한 제주가 최근 부쩍 뜨고 있다. 변방의 섬이라는 지형적 불리성, 불편한 접근성 등 과거의 단점이 이제는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불리한 접근성은 청정 제주로, 변방의 섬은 휴식과 힐링의 공간으로 재평가 되고 있다.


이를 기회로 무분별한 개발이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취임 이후 난개발 방지와 대규모 투자 원칙 정립을 통해 확실한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 더 이상 회복 불능한 상태로 가기 전에 제주 청정자연을 일단 지키자는 거다. 다른 곳이랑 똑같이 콘크리트로 발라버리고, 개성을 잃게 되면 제주로 와야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한라산을 가리고, 한라산을 훼손하는 개발과 공간배치는 두고두고 후회를 불러올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들어온 자본을 다 취소하고 내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투자자와 제주도가 상생을 찾아나가야 한다.


제주에는 요즘 한 달에 1000명이 넘는 이주민이 들어오고 있다. 한 달에 웬만한 마을 하나가 생겨나는 셈이다. 소길댁으로 자리잡은 이효리씨 같은 연예인을 비롯해 대기업 은퇴자와 고위 공직자 출신 등 셀러브리티들도 많이 온다. 모두가 청정 자연, 제주다움이라는 가치를 높게 사서 집을 짓고 카페를 열고 있다. 그만큼 제주는 이미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주목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제주는 대한민국의 보물섬이다. “제주도가 없었다면”이라고 생각할 수조차 없다. 그런만큼 정부는 제주도를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제주도 역시 경제를 키우고 역량 성숙을 도모하는 것이 대한민국 전체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다. 제주도의 공항이나 항만은 제주만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관문, 나아가 동북아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관문, 제주의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야말로 곧 가치 극대화의 필수요소라 생각한다. 공항만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편리하게 최첨단 친환경 시설을 이용하면서 새로운 기회와 힐링을 제공하는 제주. 그러한 제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교통 접근성이다. 현재 제주국제공항은 엄청난 포화상태다. 비행기표가 없어 제주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24시간 운항이 가능하고, 버스 타는 것처럼 쉽게 제주를 오갈 수 있는 공항이 있어야 한다. 항만도 마찬가지다. 2025년에는 상해에서만 크루즈 1000항차가 제주에 오겠다고 한다. 크루즈 선석만 10개가 필요하다. 강정 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크루즈 선석 2석이 추가되더라도 부족하다. 제주에는 어마어마한 트래픽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결단이 요구된다.


둘째, 정보 접근성이다. 제주 전체에 인터넷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제주동문시장을 지나가면 ‘갈치가 어디서, 어느 배에 의해 잡힌 것인지’ 스마트폰에 떠오르고, 이를 사고 싶으면 바로 주문 결제가 이루어진다. 깊은 숲길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안전이 관리되고, 할망 민박집에 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취업 접근성이다. 서귀포시 신화역사공원은 4000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모든 투자업체에게 고용창출 협약을 요구하고 있다. 조만간에 육지부에서 제주도로 취직하러 가자는 붐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단순히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만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와 질 좋은 인력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


넷째, 친환경 접근성이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얻기 위해 제주로 사신을 보냈다. 도지사가 보증하는 ‘메이드 인 제주’ 상표는 철저히 친환경을 기초로 한다. 제주도는 휴양과 힐링, 재활치료가 모두 가능한 섬이다. 중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동의 왕족이나 남미의 퇴역군인들까지 모두 끌어들일 수 있다.


제주도는 해안선 어디에서도 섬의 중심 한라산이 보이고 또 곧바로 접근이 가능하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곳은 없다. 천혜의 자연환경에다 앞서 제시한 네 가지 접근성만 제대로 갖춘다면, 앞으로 제주도가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는 일등공신이 되리라 확신한다.


원희룡제주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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