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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고1부터 수능 영어 절대평가, 세 문제 틀려도 1등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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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금의 고교 1학년이 치르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선 영어에서 서너 문제를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수능 성적표엔 영어 점수가 아닌 등급만 표시돼 등급이 같은 학생은 대입 전형에서 똑같이 취급된다.

교육부 2018학년도 기본계획
90점 이상이면 모두 1등급
영어 사교육 줄어들 수 있겠지만
수학 등 다른 과목 부담 커질 수도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18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을 1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영어 시험은 현행대로 2점 혹은 3점짜리 문항 45개로 100점 만점을 구성하지만 90점 이상이면 1등급, 89~80점은 2등급, 79~70점은 3등급 식으로 절대평가 등급이 매겨진다. 2점짜리 문항 다섯 개나 3점짜리 문항 세 개를 틀린 학생도 1등급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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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는 이날 “학교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면 누구나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능을 출제한다는 원칙을 지켜가겠다”고 밝혀 2018년 수능에서도 현재의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교육부 발표대로라면 2018학년도 수능에선 현재보다 훨씬 높은 비율의 수험생이 영어에서 1등급을 받게 된다.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선 영어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응시자가 23%였다. 89∼80점을 받아 절대평가 2등급에 해당하는 응시자도 19%나 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절대평가에선 각 등급 비율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우며, 등급별 비율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은 수험생의 과열 경쟁을 줄이기 위해서다. 교육부 김두용 대입제도과장은 “영어에서 점수 1~2점을 더 받기 위한 불필요한 경쟁을 완화하 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의 상대평가에선 과목별로 성적 상위 4%는 1등급, 그 다음 7%는 2등급 식으로 등급별 비율을 정해 놓았다. 하지만 ‘쉬운 수능’ 정책에 따라 과목별 만점자가 많이 나오면서 한두 문제만 틀린 수험생이 2등급을 받게 됐다.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선 영어 만점자가 4.64%를 차지해 만점을 받은 학생만 상대평가 1등급을 받았다.

 교육부는 그러나 2018학년도 수능 중 국어·수학·탐구(사회·과학·직업), 그리고 제2외국어·한문은 현행대로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 해 앞서 2017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되는 국어·수학 수준별 시험 폐지, 한국사 필수화 및 절대평가 9등급제는 2018학년도 수능에도 유지된다. 영어·한국사 이외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교육부는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영어 교육계에선 영어 실력 저하를 걱정한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공부를 좀 하는 학생은 ‘영어는 다 됐다’고 생각해 영어 수업을 잘 듣지 않을 것이다. ‘영어 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를 해야지’ 하는 학생이 나올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학교 교사도 “시험도 쉬운 데다 90점만 맞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아지게 됨으로써 전반적으로 영어 실력은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교육계 안팎에선 절대평가제 도입으로 최소한 영어에선 사교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종복 상문고 영어 교사는 “그동안은 같은 1등급 안에서도 변별을 하기 위해 어려운 문제를 수능에 출제했다. 이런 문제를 맞히기 위해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높아지는 다른 과목으로 사교육이 쏠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특히 수학의 비중이 커지게 돼 그쪽으로 사교육이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시윤·백민경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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