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투수 견제로 최소경기 300호 어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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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3백홈런에 두 개를 남겨둔 이승엽이 17일에도 홈런을 치지 못했다. 국내 최소경기 3백홈런 기록(1천5백65경기.장종훈) 경신은 확실하지만 한.미.일을 아우르는 최소경기 3백홈런 기록을 세울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한.미.일 최연소 3백홈런 기록은 확실할 것 같다. 6개월이라는 넉넉한 시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홈런"을 외치는 1만3천여 관중의 함성과, 북적이는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과, LG 투수들의 볼넷 두 개 속에서 개인 통산 1천70번째 경기를 홈런 없이 보냈다.

일본의 다부치 고이치는 1천72경기 만에 3백홈런을 쳤다. 하지만 이승엽이 1천72경기째에 3백홈런을 치면 타이기록일 뿐이어서 기록 경신을 위해서는 이제 한 경기만 남아 있다.

이승엽이 몰아치기에 능하다지만 잠실구장에서의 1경기 2홈런은 아무래도 벅차다. 잠실은 이승엽의 홈구장인 대구보다 중앙펜스가 8m, 좌우펜스는 5m가 더 뒤로 물러나 있다.

LG는 왼손 구원투수 서승화가 두 차례 정면승부했으나 나머지 투수들은 이승엽을 피했다. 이승엽은 서승화에게 6회 중전안타와 3회 빨랫줄 같은 우익수 라인드라이브를 날리는 좋은 타격감을 갖고서도 홈런 때릴 기회를 충분히 얻지는 못했다. 7회 1사 1,2루 위기에서도 LG의 왼손투수 김광우는 이승엽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던졌다.

이승엽은 "최연소 3백홈런에 만족하겠다. 최소경기 3백홈런도 하고 싶지만 투수가 공을 제대로 주지 않는데 볼을 점프해서 칠 수도 없고 서두르다 페이스를 잃을 염려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북상 중인 태풍 소델로가 이승엽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잠실 경기가 비로 연기돼 이승엽이 마음 푸근하게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는 대구 경기로 직행하면 몰아치기 홈런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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