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올리고 허리 굽혀 반복 작업 … 농어민 46% 근골격계 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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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민의 절반가량이 요통이나 어깨결림 등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자원개발연구소는 통계청 자료 등을 분석했더니 농어민의 46.5%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24일 밝혔다. 이 분석에서 농어민을 제외한 국민들의 근골격계 질환 비율은 19.5%였다.

과수 농가 59% 어깨 회전근 파열
농업안전보건센터 “예방책 보급”

 농민들에게 특히 근골격계 질환이 많은 것은 팔을 올리는 과수 농사나 허리를 굽히는 논밭 농사처럼 반복 작업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직업병’에 시달리는 농민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부터 경기도·강원도 등에 지역별로 농업안전보건센터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올해 제주대병원이 추가로 지정돼 총 8곳이 됐다. 각 센터는 농작업과 만성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조사를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만성질환을 앓는 농민들을 파악한 뒤 비닐하우스·축사·노지 등 농작업 유형별로 구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기도 하다. 경기도의 한양대 산학협력단은 호흡기 질환, 강원대병원은 허리 질환을 맡는 등 센터별로 분야가 특화돼 있다.

 그동안 농작업과 만성질환에 대한 연구가 미흡해 예방법 안내가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구체적인 연구가 시작되면서 농민들이 가장 많이 시달리는 근골격계 질환과 농작업의 상관성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과수 농가의 농민 58.9%가 어깨 회전근이 파열됐다. 이는 외국의 2~10배 수준이다. 손 관절염 유병률 역시 20.5%로 외국보다 높다. 농식품부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허리 건강을 위한 작업 매뉴얼’을 마련해 과수 농가에 배포하고 있다. 만성질환 예방 교육도 센터별로 연평균 20회씩 8000여 명에게 실시하고 있다. 박기수 경상대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장은 “예전에는 왜 아픈지 몰랐던 농민들이 원인을 알게 되면서 좀 더 바른 자세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농작업과 만성질환이 서로 연결된다는 인식을 확대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연구·예방 작업뿐 아니라 만성질환 농민에 대한 정기 검진과 치료법 개발을 위해서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안호근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센터 운영을 활성화해 2019년에는 보건소와 연계한 농민 만성질환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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