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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글로벌 원자력 리더로 떠오른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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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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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교수

한국 원자력계가 겹경사를 맞았다. 4월 한국수력원자력 조석 사장이 토쿄센터 이사회에서 차기 WANO(세계원전사업자협회) 회장으로 추대돼 10월부터 2년 임기의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또 2017년 총회도 파키스탄과의 경합 끝에 한국에서 열기로 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겠지만, WANO는 전세계 민간 원자력발전 운영사들과 원자력산업계 리더들이 참석하는 세계 최고위급 의결기구이다. 1989년 설립된 WANO는 35개국 127개 회원사가있으며, 체르노빌 사고 이후 사업자간 정보교환을 통해 ‘안전성 증진’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는 기구이다. WANO는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라, 회원사끼리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원전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게 특징이다. 이를 바탕으로 원전 안전점검, 원전 운영기술 지원, 원전운영 정보 공유, 원전운영 관련 회의 등의 협력 사업이 진행된다.

 ‘2017년 WANO 총회 한국 유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비단 35개국 1,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원자력산업계 최대 규모의 국제 행사를 유치했다거나, 해외 원전사업 수주에 도움되는 좋은 기회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짧은 원자력 역사에도 불구하고 24기의 원전을 통해 국내전력의 31%(2014년 7월 기준)를 책임질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2014년 기준으로 원전호기당 안전 정지건수는 0.22건, 이용률은 85.0%로 세계적으로 우수한 안전운영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UAE 원전 수출에 이어, 국내 인력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어 발전소 운영 기술력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한민국은 설비규모로 세계 6위라는 성과에 걸맞게 글로벌 리더십도 확보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원자력계가 더욱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한국은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반 대중의 원자력 안전성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추세이다. 국민은 원자력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원자력발전소가 내 지역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은 듯하다. 한수원은 ‘기술적으로 안전’하다고 자신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안전’과는 거리감이 있다. 원자력 기술력에 걸맞게 ‘안전 최우선의 원칙’을 바탕으로, 소통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WANO는 그 창립 목적을 “오직 안전”이라고 소개한다. 전세계 발전사가 스스로 과거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교훈을 함께 공유하여 결과적으로 모든 원전 운영사가 최고의 안전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글로벌 원자력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2017년 WANO 총회에서 기술적인 안전과 함께 국민 소통을 위한 다양한 사례가 제시되고 공유되길 소망한다. 그리하여 한국의 원전 운영사가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생생한 사례를 발표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공감과 연대를 이뤄내는 기회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장성호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