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년 깊은 잠 이집트 최고 미녀 미스터리 풀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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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페르티티 흉상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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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탕카멘 황금 마스크. [중앙포토]

 고대 이집트 최고 미인으로 꼽히는 네페르티티 왕비(기원전 1371년~1331년)의 무덤을 찾는 작업이 3300년 만에 이뤄진다. 이집트 문화재부는 왕비의 무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탕카멘의 무덤 뒤편을 레이더로 탐사하는 작업을 허용했다고 AP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달 시작되는 레이더 탐사는 투탕카멘 무덤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심스럽게 이뤄질 예정이다.

내달 레이더 동원해 조카 투탕카멘 무덤 주변 정밀 탐사

 이집트 제18왕조 파라오 아크나톤의 부인이자 투탕카멘의 이모였던 네페르티티는 클레오파트라(기원전 51~30년)와 함께 고대 이집트 2대 미녀로 꼽힌다. 고대 이집트어로 ‘아름다운 여자가 왔다’는 뜻을 지닌 네페르티티는 남편 아크나톤을 도와 고대 이집트의 다신교 체제를 태양신 라를 섬기는 유일신 체제로 변모시키는 종교혁명을 단행한 카리스마 넘치는 왕비로 기록돼 있다. 조카이자 양아들 투탕카멘이 즉위한 뒤에는 섭정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네페르티티는 40세에 숨졌다. 그러나 사인도 불분명한데다 이후 그의 무덤이나 미라에 관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 2003년 영국 고고학자들이 “19세기 발견된 미라의 가발 조각과 뼈 모양 등이 네페르티티와 일치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 2006년에는 미국 연구진들이 “투탕카멘 묘지 근처에서 발견된 고분의 주인공은 네페르티티”라고 주장했지만 미라가 없었다.

 이집트 문화재부는 “무덤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탐사 작업에 부정적이었으나 지난달 니콜라스 리브스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가 “네페르티티가 투탕카멘의 무덤 뒤에 잠들어있다”고 주장하며 탐사 허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리브스 교수는 “스페인 복원 전문가들이 투탕카멘 무덤 벽에서 촬영한 고해상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네페르티티 무덤으로 통하는 문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했다. 1922년 발견된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북쪽 문을 따라가다 보면 네페르티티 무덤이 나온다는 것이다. 리브스는 이 무덤에서 투탕카멘 시대보다 앞선 시대의 유물이 일부 발견된 것도 선대 왕비였던 네페르티티의 무덤이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네페르티티는 독일 베를린의 노이에스박물관에 전시된 ‘네페르티티의 흉상’으로 유명하다. 깊이 있는 눈매, 오뚝한 콧날, 기다란 목이 특징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오른쪽 눈동자가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한다. 소녀처럼 보이는 동시에 성숙한 여인으로 보여 신비한 여인이라는 인상을 준다.

 독일 나치 지도자였던 아돌프 히틀러가 1935년 이집트 정부의 네페르티티 흉상 반환 요구를 단칼에 거절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집트는 독일 정부에 “네페르티티의 흉상이 이집트에서 밀반출됐다는 증거가 명백하다”며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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