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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L 봉투로 2주 버티기 … 쓰레기 3분의 1로 줄인 산본1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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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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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L 쓰레기 봉투로 2주일 버티기’에 도전한 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 주부 최영순씨가 계란 껍질을 화분에 넣어 재활용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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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옥씨는 옥수숫대와 밤 껍질을 텃밭 화분의 거름으로 쓴다(오른쪽). [김상선 기자]

주부 강순옥(60·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씨는 최근 살고 있는 연립주택 옥상에 텃밭을 만들었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목적이다. 옥수숫대나 밤 껍질 같은 것은 물론 생선뼈과 조개 껍데기도 잘게 빻아 텃밭에 거름으로 쓴다. 다듬고 그냥 버리던 양파 껍질과 파 뿌리는 깨끗이 씻어 육수를 낼 때 사용한 뒤 말려 거름으로 쓴다. 이런 식으로 쓰레기를 줄이고 줄였다. 결과는 3분의 2 감량. 종전엔 열흘에 20L짜리 쓰레기 봉투 하나가 필요했지만 이번엔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12일간 나온 쓰레기가 7~8L 정도였다. 10L 봉투 하나를 채우지 못했다.

파 뿌리로 육수 낸 뒤 거름 만들고
계란 껍질은 화분 장식으로 활용
사회적기업 에코토리서 제안
8일부터 주민 200여 명 도전
골목 무단투기 근절 캠페인도

 강씨뿐 아니다. 산본1동 주민 200여 명이 쓰레기 줄이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시작한 ‘10L 쓰레기 봉투로 2주일 버티기’ 도전이다. 성공한 주민들이 인증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확인과 추첨을 통해 세제·휴지 등 생활필수품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재활용 전문 사회적기업인 ‘에코토리(ecotory)’의 제안을 경기도가 받아들여 군포시 산본1동에서 1차로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분리수거가 잘 안되는 지역을 찾아 산본1동을 점찍었다.

 역시 산본1동 주부인 최영순(57)씨는 화장실을 빼고 집안 곳곳에 놔뒀던 휴지를 싹 치웠다. 대신 손수건과 행주·걸레를 사용한다. 가족 모두가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기 위해 분리수거함을 직접 만들어 놓았다. 신발장엔 분리수거 안내문도 써붙였다. 분리수거를 귀찮아하는 20대 남매는 방에 놓인 쓰레기통을 엎어 재활용품을 다시 골라내도록 하는 ‘실전 겸 정신교육’을 몇 차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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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어도 동원했다. 마당에 국화·카네이션 등 온갖 꽃이 자라는 화분 수십 개를 놓았다. 이 화분은 계란 껍질 처리장 역할까지 한다. 최씨는 “반으로 깨뜨린 계란 껍질을 화분에 빙 둘러 꽂아놓으면 보기에도 좋고 계란의 영양분이 화분 속 흙에 스며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계란 껍질을 깨드려 흙과 섞는다. 그렇게 화분에 공간이 확보되면 또 다른 달걀 껍질을 꽂을 수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1주일간 쓰레기는 3L만 배출할 수 있었다. 한 달이면 12~15L다. 서울 서대문구가 조사한 가구당 월 평균 쓰레기 배출량이 약 55L이니, 그에 비하면 쓰레기가 3분의 1 이하로 나오는 것이다. 최씨는 “쓰레기 줄이기가 번거롭긴 하지만 살기좋은 마을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 동네는 ‘무단투기 줄이기’도 하고 있다. 쓰레기 상습 투기 지역에 ‘양심 거울’을 설치했다. ‘말하는 로봇’도 제작 중이다. 사람이 지나갈 때 자동으로 “이곳은 쓰레기 버리는 곳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로봇이다. 폐주전자와 배달용 철가방을 재활용해 로봇 모양으로 만드는 중이다. 14일부터 22일까지는 무단투기가 제일 성행하던 곳에서 매일 오후 동네 노인들을 초청해 ‘골목 장기왕 선발전’을 열고 있다.

 이동한 에코토리 대표는 “지역 주민 스스로 마을을 변화시키는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해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평가하는 축제성 이벤트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낸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을 적극 반영해 다른 시·군으로도 쓰레기 줄이기 도전 프로그램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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