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영국 노동당 당수 코빈, 여왕과 건건이 트러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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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의 새 당수인 제러미 코빈이 연일 여왕 관련 건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정치적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여왕의 의사와 무관하게 여왕이 정적이 된 듯한 양상이다.

코빈 당수는 19일 반전 단체인 '전쟁 저지 연합(Stop the War Coalition)의 의장직을 4년 만에 사임했다. 이 단체의 웹사이트에 올린 시가 여왕을 향해 “범죄기록이 있다”“영국의 전쟁 기록에 (사람들이 나쁘게 인식하지 않도록) 윤활유를 바르고 있다”고 비난한 때문이다. 시엔 “영국 왕실이 무기 거래상이며 독재자·폭군들과의 친구”란 대목도 담겼다.

현재 영국 내에서 공인 중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지지도는 절대적이다. 지난 9일 빅토리아 여왕을 제치고 1000여 년 영국 군주제 역사상 최장수 군주의 자리에 오르면서 여왕의 리더십에 대한 긍정 평가가 더 늘어난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시의 내용이 알려지자 일부 언론이 코빈 당수의 입장을 물었다. 대변인실에선 당일 밤 코빈 당수의 의장 사임 소식을 밝혔다. 그러나 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이후 코빈 당수가 단체 지지자들에게 “이 단체는 영국 정치운동 단체 중 가장 훌륭한 데 중 한 곳”이라며 “여러분들의 대의는 나의 대의이기도 하다”는 e메일을 보내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앞서 코빈 당수는 앞서 제2차 세계대전 관련 기념식에서 국가(God Save the Queen)을 안 불렀다가 "여왕을 모욕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후엔 "앞으론 국가를 부르겠다"는 입장을 발표해야 했다.

코빈 당수가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국으로 가야한다는 소신 때문에 여왕에 대한 그의 태도가 집중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곧 야당 당수로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정치자문기구인 '추밀원(Privy Council)'에도 참여하는데 그때 여왕을 향해 관례대로 손등에 키스하고 무릎을 굽히는 인사를 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는 “나에게 맡겨달라”고만 한 상태다.

한편 코빈 당수의 강성 좌파 성향으로, 지난 5월 총선에서 노동당을 찍었던 다섯 명이 한 명이 다음 번에 보수당을 지지할 것 같다고 답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20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 명 중 세 명은 코빈 당수가 '미래의 총리감'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여겼으며 노동당 투표자 중 37%가 다음 번에도 노동당을 다시 지지할 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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