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자살기도자 꼭 끌어안은 새내기 여경 "딸내미 돼 드릴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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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8시 부산시 중구 자갈치시장 부둣가에 60대 남성이 위태롭게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은 상태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부산 중부경찰서 남포지구대 차민설(27·여) 순경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거기 계시면 위험해요. 이쪽으로 오세요.”

경찰의 설득에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몸을 조금만 앞으로 기울이면 바다로 떨어지는 아찔한 상황. 그 순간 차 순경은 남성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그를 뒤에서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적적하실 때 딸래미가 되어 드릴 테니 지구대로 찾아오세요.”

삶을 포기할 것처럼 보였던 남성은 새내기 순경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힘을 얻었다. 10여 분이 지나 천천히 자리를 털고 일어난 그는 차 순경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순경의 위로를 받은 A씨(60)는 최근 큰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상태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하고 부둣가에 앉아 있었다. 경찰은 “아버지가 자살하려는 것 같다”는 작은 아들의 신고를 접수한 뒤 일대를 수색해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A씨를 가족들에게 인계했다. A씨가 지구대를 떠나자마자 차 순경은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는 “시골에 계신 편찮은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며 펑펑 울었다. 차 순경은 올해 4월 경찰관 채용 시험에 합격한 뒤 한 달 전인 지난 8월 남포지구대에서 첫 경찰관 업무를 시작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16일 차 순경이 A씨를 끌어안고 있는 사진과 사연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17일 오후 7시 현재 8만8000여 명의 네티즌이 게시물에 공감한다는 뜻으로 ‘좋아요’를 눌렀다. 차 순경을 칭찬하는 댓글도 2000개 가까이 달렸다.

차 순경은 “A씨가 처한 상황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많은 관심을 받게 돼 부끄럽다”고 말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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