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과제로 돌린 일반해고 … 재계 “기업들 속으로 불만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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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동시장 개혁의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재계는 이번 노사정위원회 타협안에 대해 구체적 반응을 내놓기 꺼려 하는 분위기다. 구체적인 해법은 없고 ‘선언적 타협’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노사정위원회 협상 과정에서 재계 대표로 참석한 경영자총협회의 관계자도 “내용으로 보면 사실 사(社)도 불만, 노(勞)도 불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해고’ 같은 최대 쟁점에 대해 법제화로 못을 박지 않고 ‘중장기 과제’로 미뤄 놓았기 때문이다. 일반해고는 경영악화에 따른 ‘정리해고’와 달리 저성과자·근무불량 등의 직원을 나가게 하는 제도로 기업들이 계속 요구해 왔다. 다만 이 관계자는 “1년간 진통 끝에 노사정이 큰 틀의 ‘합의’를 도출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쌓인 것도 성과”라고 평가했다. 일단 경총은 향후 이뤄질 세부 협의에서 더 유연한 방안으로 노동시장이 바뀌도록 적극 나설 방침이다.

 15만 상공인을 회원으로 둔 대한상공회의소는 이경상 기업환경조사본부장 명의로 입장을 냈다. 이 본부장은 “합의라는 형태로 제도 개선의 틀을 마련하면서 노동개혁의 대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의 완화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일괄 합의가 어려운 만큼 정부가 주도적으로 가이드라인(행정 지침)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보완을 주문했다.

 전경련 관계자 역시 “앞으로 일반해고 등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쪽으로 논의가 진척되길 바란다”고 했다. 민간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속으론 불만이 크다”며 “핵심 쟁점을 법제화하자는 경제계의 요구에 반해 이를 장기 과제로 돌렸다. 사실상 협상이 연장된 셈”이라고 불편해했다. 이 관계자는 “파업 때 노조원들을 대체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권리의 보장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추가 방안을 계속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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