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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학생칼럼

인사 담당자에게 보내는 취업준비생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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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민수
동아대 정외과
졸·취업준비생

여름 잘 보내셨는지요?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에서 여름이 가고 가을 문턱에 접어든 게 확연히 느껴집니다. 우리 취업준비생들도 취직이란 수확을 위해 하반기 취업 전선에 들어갑니다. 이에 앞서 인사 담당자님께 하고 싶었던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취준생의 가족 말고 취준생을 봐주십시오. 합격한다면 귀사에서 일하게 될 사람은 가족이 아니라 저희들 자신입니다. 부모·형제의 최종 학교·직업·직책을 적으라는 이력서 빈칸은 과연 무엇을 평가하려는 목적입니까? 가족을 통해 지원자의 인성을 파악하겠다는 의도인가요? 혹시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도 되면 없는 자리라도 만들어서 합격시키기 위한 건가요?

 둘째, 채용 공고에서 밝힌 대로 전형을 해주십시오. 상반기에 제가 지원했던 한 대기업은 직무와 관련 없는 스펙은 보지 않겠다며 어학 성적과 자격증 적는 난을 없앤 채 서류전형을 했습니다. 그런데 서류전형을 통과하니 면접 당일 돌연 어학 성적표와 자격증 사본을 제출하라고 하더군요. 약속과 달리 직무와 무관한 스펙도 챙겨 보겠다는 의도로밖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필요하다면 토익 공부를 더 하겠습니다. 자격증도 여럿 따겠습니다. 하지만 요즘 기업들의 말뿐인 ‘탈(脫) 스펙’ ‘직무 중심’ 구호에 취준생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셋째, 지방 취준생들을 배려해주십시오. 서류전형에 통과해도 인성·적성시험과 면접을 치르려면 여러 번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게 지방 취준생들 신세입니다. 부산에 사는 저는 한 번 서울에 올 때마다 KTX 왕복비용으로 12만원이 들고 돈을 아끼려 고속버스를 타도 7만원이 날아갑니다. 지원하는 기업 숫자에 따라 비용은 배가 되죠. 시험 전날 서울에 올라와 찜질방에 묵거나 새벽같이 일어나 상경해야 하는 것도 고통입니다. 도무지 좋은 상태로 시험에 응시할 조건이 되지 못합니다. 삼성처럼 인·적성시험 전형을 지방에서도 실시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지방 취준생들도 부담 없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제가 한 얘기들이 취업에 번번이 실패한 취준생의 변명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변명 맞습니다. 하지만 높은 자리에 계신 부모님 덕에 실력 없는 청년이 손쉽게 취직하고, 스펙을 보지 않겠다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어기는 기업의 언행불일치는 엄연히 제가 듣고 경험한 현실입니다. 부디 참고하셔서 공정인사를 실현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민수 동아대 정외과 졸·취업준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