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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구·광주 '원정투자'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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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방 대도시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가 서울.수도권에 대한 단속을 집중하자 일반투자자는 물론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까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부산.대구.광주 등지로 몰려가고 있다.

지방 아파트 분양 현장에는 단기차익을 겨냥한 투자자들이 몰려 청약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상가용지도 불티나게 팔린다. 업체들도 지방 사업 수주에 뛰어들고 있다.

◇경쟁률 높고 웃돈도 붙어=두산건설이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매립지의 주상복합건물 두산위브 포세이돈(총 5백11가구)의 아파트 86가구에 대한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경쟁률이 평균 7.6대 1이나 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당첨되면 청약증거금을 환불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도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달 초 청약 접수를 받은 대구 수성구 사월동 태왕리더스(5백27가구)의 경우 1순위에선 미달됐으나 2순위에선 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달 21일 한꺼번에 1~3순위 청약을 받은 경남 김해 장유지구 내 대우푸르지오 7~8차도 경쟁률이 6~16대 1에 달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면서 규제가 덜한 이들 지역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흥건설이 16일 청약접수를 받는 김해 진영지구 내 아파트(2천10가구) 모델하우스엔 방문객이 하루 평균 4백~5백명에 이른다.

대림산업이 25일부터 분양하는 광주 화정동 e편한세상 모델하우스에도 하루 평균 1백명 이상이 찾는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광주에선 그동안 새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은 탓인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웃돈도 제법 붙었다. 대구 태왕리더스는 평형에 따라 5백만~1천만원, 김해 장유지구 대우푸르지오 7~8차는 1천만~2천만원의 웃돈이 붙은 채 거래된다.

지난달 5.6대 1의 경쟁률 속에 분양을 끝낸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e편한세상도 2천만원 이상의 웃돈을 줘야 매입할 수 있다. 부산의 한 중개업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분양권 거래를 위해 원정온 떴다방도 적지 않다"며 "외지인들의 투자문의도 꾸준하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공사나 토지공사가 공개 매각하는 상가용지도 높은 경쟁률 속에 낙찰가가 예정가의 두배까지 치솟고 있다. 주택공사가 지난 11일 부산 만덕.당감.기장교리 3곳의 상가 8개와 근린생활용지 1필지를 입찰한 결과 경쟁률이 최고 13대 1을 보였다.

낙찰가도 예정가의 1.4~1.9배에 달했다. 토지공사가 지난달 말 공급한 대구 칠곡지구 근린생활용지 등 43필지 입찰에서도 경쟁률이 12대 1을 웃돌았다.

◇업체들도 수주전=업체들도 부산과 대구의 재건축.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수주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부산 연산3구역 재개발, 대연동 태평양 재건축 2건을 수주한 SK건설은 최근 수주팀을 2~3명에서 6~7명으로 늘렸다.

SK건설 장태일 상무는 "부산에선 재개발구역만 80곳에 달해 앞으로 수주 물량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올들어 대구지역에서 황금 우방1차와 신평리 주공 등 2개 단지 재건축을 수주했다.

대우건설 문 경 부장은 "대구에선 요즘 메이저업체들이 재건축물량을 따내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며 "서울 재건축 수주물량이 거의 동났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점 조심해야=지방 대도시 분양시장도 과열될 경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분양권 전매가 금지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때문에 단기전매 차익을 노리고 투자하기에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지방 분양시장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지방 대도시 부동산시장이 틈새시장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전체 시장이 얼어붙을 경우 동반 침체가 불가피하다"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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