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한번 출연으로 '뜬' 김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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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3일 오후 11시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김 의원이 서울(강서을)의 재선 의원이고 국회 예산결산특위 여당 측 간사로 최근 활약이 있기는 했지만, ‘실검 1위’는 대선 주자급 정치인이나 설 수 있는 고지다. 김 의원이 이 정도까지 화제가 된 것은 JTBC ‘독한혀들의 전쟁-썰전(戰)’에 출연한 때문이었다.

시사예능 프로그램인 ‘썰전’의 제작진은 최근 강용석 전 의원이 하차하면서, 출연진에 공석이 생기자 고심 끝에 김 의원을 접촉했다. 역시 JTBC에서 현역 의원들을 출연시켜 화제가 된 프로그램 ‘적과의 동침’에서 보여줬던 김 의원의 ‘예능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침 노동개혁이 최대 시사 이슈인 상황에서 김 의원이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이라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이런 제작진의 기대 속에 출연한 김 의원은 예상대로 화려한 말솜씨를 자랑했다. “대통령 전화번호를 아느냐”는 진행자 김구라씨의 질문에 “대통령 되기 전에도 나한테는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전화가 왔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자신이 '비박근혜계'라는 점을 소재로 삼은 농담이었다. 또 “새누리당 내에서도 ‘김무성파’로 분리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에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이고, 아무래도 나는 계보를 이끄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면서 시원하게 인정한 뒤 농담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지난달 비공개로 치러진 김 대표의 딸 결혼식에 초대 받지 못한 얘기를 하면서는 “역시 초대 받지 못한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과 그날 소주를 마셨다”고 뒷얘기도 밝혔다.

하지만 이런 농담 중간중간 김 의원은 자신이 속한 여권을 향해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세월호ㆍ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 대처 능력이 저것밖에 못하나 싶었다. 다만 이번 남북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60점이 됐다. 예전엔 50점 정도였다”고 한 것이다. 또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 참석해 ‘총선 필승’이라는 건배사를 해 물의를 빚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해서도 “정 장관이 더 조심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무조건 옹호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김 의원의 태도에 대해 함께 출연했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자기 주장만 옳다고 하는 게 아니라 남의 주장도 들어주는 유연함이 눈에 띄었다”고 호평했다.

이 같은 김 의원의 ‘썰전’ 출연은 4일 아침 당 회의에서도 화제가 됐다. 김 의원이 회의장에 나타나자 김학용 의원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셨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라고 치켜세웠다. 김성태 의원실 관계자는 “오늘(4일) 하루 종일 의원실로 ‘방송 잘 봤다’는 지역구민들과 동료 의원실 관계자들의 전화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썰전’에 ‘일일패널’ 자격으로 나왔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은정 PD는 “내부 평가나 여론 동향을 살펴본 뒤 반응이 나쁘지 않으면, 추가로 김 의원에 출연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 JTBC '썰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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