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간호협회를 찾습니다 도대체 어디 있나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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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협회는 진정 힘이 없는건가요? 간호사들 힘들게 벌어 협회비내면 도대체 어디에 쓰고 이런 말도 안되는 법안이 입밖으로 나올수 있는지 기가 찹니다."

"간호협회는 뭐하시는 건가요? 일하기도 힘들고 인증에 평가에 죽어나는 간호사들은 뭘 믿고 뭘 의지하고 일해야 하나요?ㅠㅠ"

"진짜 수십년간 뭐한거죠 간호협회는?"

간호사들이 뿔났다. 한 간호사 커뮤니티는 대한간호협회를 지탄하는 글로 도배돼 있다시피 한 상태다.

원인은 보건복지부가 최근 내놓은 간호인력 개편안이다. 그러나 분노의 방향은 복지부가 아닌 간호협회로 향해 있다.

30만 간호사들의 대변인이라는 간호협회가 복지부의 개편안에 너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간호협회도 할 말은 있다. 복지부가 개편안을 발표한 뒤 간호협회는 "간호조무사 제도 폐지를 전제로 시작된 간호인력개편의 기본원칙을 망각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모든 탓을 복지부에 돌리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게 된 이유를 모두 복지부 탓으로 돌리는 건 문제가 있다. 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가 포함된 '간호인력개편 협의체'에서 2년 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한 건 간호협회가 아닌가.

물론 1973년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 개정 이후 40년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직역갈등은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더군다나 양 협회의 지난날을 돌이켜보건대 우호적이었던 기억은 단 한 차례도 없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더욱 간호협회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대립한다면 더욱 주도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0년간 뭘하고 있었냐는 일선 간호사들의 분노가 이해가 가는 이유다.

개편안 발표 후 간호협회의 행보는 간호사들의 분노를 더욱 뜨겁게 하고 있다. 간호협회는 복지부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지난 21일 대표자회의를 열고 항의집회를 결정했다. 25일에는 세종시에 내려가 집회를 진행했다.

그게 전부였다. 이후 열흘이 넘도록 추가 성명이나 항의 집회는 물론 대표자회의조차 없었다. 간호협회 측에 물어보니 "섣불리 나서지 않고 복지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성명서에 천명한 "원천 무효"를 진정으로 원하는 집단인지 의문스럽다.

간호협회의 이같은 미온적 대처에 속이 터지는 건 일선 간호사들이다. 오죽했으면 간호대 학생들이 실력행사에 나섰을까. 8만 간호대생로 구성된 전국간호대학생연합은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에 항의 팩스를 보낸다고 나선 상태다.

메르스 사태로 의료진, 그 중에서도 간호 업무에 관한 대중의 이해도는 전에 없이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간호사대회에는 대통령까지 참석했다. 간호협회가 정말로 '환자의 건강'을 위해 개편안을 반대하는 것이라면, 언론과 국민이 간호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오늘도 각종 커뮤니티와 블로그에는 간호인력 개편안에 반대하는 간호사의 글이 쏟아진다. 복지부에 올라온 입법예고안은 2일 현재 조회수가 12만건을 넘었다. 반대 의견은 1만5000건에 육박한다.

하지만 정작 간호협회는 보이질 않는다.

간호협회는 성명서에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반대를 선언하며, 협회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집회·시위 등 모든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 말, 이제와 돌아보니 더 없이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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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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