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10% 정규직 기득권에 매달리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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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쌀 가공식품 시식회에 참석해 “쌀을 옛날보다 안 먹는데 ‘어거지로 먹어라’ 이것은 안 된다. 기꺼이 좋아서 쌀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창조농업”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 대통령, 황교안 국무총리, 윤성규 환경부·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박종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중국 방문을 위해 출국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잇따라 만난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하고, 한·중·일 정상회의 문제도 논의할 예정이다. 리커창 총리와는 양국 간 경제협력 문제를 주로 논의한다.

 하반기 중요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출국 전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한 메시지는 노동개혁이었다. 어느 때보다 강한 톤이었다. 박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노사 지도자들께서도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노사정 대화를 이끌어 주셔야겠다”며 “지금이야말로 노사단체 지도자들이 애국심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개혁하지 않으면 자멸할 것”이라거나 “노동계도 10%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기득권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동개혁을 하반기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겠다는 뜻을 다시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이 ‘10%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기득권’을 언급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개혁은 ‘귀족노조’란 비판도 받는 10% 근로자들의 기득권을 열악한 현실에 있는 90%의 다수 근로자와 청년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8·25 남북 공동보도문 발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어렵게 이뤄낸 이번 합의를 잘 지켜 나간다면 분단 70년간 계속된 긴장의 악순환을 끊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협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의 합의를 북한이 잘 준수해 나간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 교류·협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꿔 가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한 화답의 성격도 있다고 한다. 오는 7일 실무접촉을 갖는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만남을 시작으로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이 교류할 수 있는 통로를 활짝 열어가야 할 것”이라며 “이번 남북 간 합의로 한반도 긴장 완화의 계기가 마련된 만큼 이제 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개혁작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남북 대치 상황에서 장병들이 전역을 연기하고 젊은 예비군들이 군복과 군화를 챙기는 모습에서 가슴에 애국심이 살아있다는 생각에 뭉클했다”며 “젊은이들이 희망을 만들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홈쇼핑 호스트가 됐어요”=국무회의 시작 전 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쌀 가공식품 시식회와 티타임이 열렸다. 쌀 전문가와 요리사가 개발한 ‘글루텐 프리’ 식품 (밀 등에 들어 있는 단백질 성분이 없는 식품)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9시50분 티타임 장소에 들어서 “맛있다고 하고선 많이 안 드시면 안 된다. 쌀로 만든 빵인데, (쌀로) 아이스크림도 만들 수가 있다”고 직접 제품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쌀을 옛날보다 안 먹는데, ‘어거지로 먹어라’ 이것은 안 된다. 기꺼이 좋아서 쌀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창조농업”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종범 경제수석이 “대통령님, 마치 홈쇼핑 호스트 같으시다”고 해 웃음이 터졌다. 박 대통령은 “(쌀 빵을) 앞에 두고 얘기를 하다 보니까 홈쇼핑 호스트가 됐다”고 받았다.

글=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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