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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본 기적 7회]황대용 교수 “대장암 걸리는 유명인 많은 건…주량도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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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방식을 피하는 게 좋다, ‘라면을 먹더라도 기름을 제거하고 먹으면 된다’고 환자들에게 말한다.”

건국대병원 외과 황대용 교수가 밝힌 ‘대장암 예방법’이다. 31일 오후 4시 중앙일보 인터넷 방송 ‘명의가 본 기적’(이하 ‘명의’)에 출연한 황 교수는 23년간 대장암을 치료해온 대장암의 명의다. 대장암은 초기 증상을 알아채기 어렵고, 암세포 증식이 빨라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배 안에서 보면 가장 착한 암이다. 위암보다 치료율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 황 교수는 대장암의 증상과 수술방법, 치료 과정과 위험성 등에 대해 소개하고 명의로써 밝히는 대장암 수술 방법, 기적의 사례 등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황 교수는 알아채기 어려운 대장암의 증상에 대해 “초기 증상은 수험생 증상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황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대장암의 증상은 소위 ‘똥줄이 탄다’는 표현과 같다. 그는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며 피가 묻기도 하는 일이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의’를 진행하는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가 유명인들 중 유독 대장암이 걸리는 사람이 많은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대장암 환자 발생이 급격히 늘고 있어 확률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량이 발병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건국대병원에서 암센터장, 대장암센터장으로 있는 황 교수는 한 해 약 250~300건 정도의 대장암 수술을 하고 있다. 그는 “대장암 수술을 받는 사람이 40~50대로 앞당겨지는 추세다. 권고연령인 50대보다 40대에 검사를 미리 받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23년간 대장암 수술을 진행해 온 황 교수에게 대장암 수술에 있어 자신만의 특기에 대해 묻자 “복강경 수술을 로봇이 할 정도로 발전했지만 가장 큰 단점은 촉감이 없다는 점”이라고 하며 “촉감을 살리기 위해 손을 배 안에 넣으면서 수술하는 ‘하이브리드 수술’을 도입했다”고 했다.

의대에 진학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묻자 황 교수는 “집안엔 의사가 하나도 없다. 부모님의 권유로 의대에 진학하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또한 대장암을 전문적으로 다루게 된 계기에 대해선 “당시 대장암을 다루는 의사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 위암환자가 많았는데, 선배의 권유로 대장암에 대해 배우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황 교수는 치료를 해낸 기적적 사례로 미국에서 왔던 환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암이 여섯 군데나 퍼져 있는 데다 또 다른 부위로까지 전이됐을지 모르는 심각한 상태로 응급 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였다. 황 교수는 "당시 환자가 ‘4개월밖에 못 산다고 들었다’고 말했지만, 현재 수술 후 5년째 건강히 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환자의 사례를 다시 언급하며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엔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대용 교수는 “환자가 의사의 스승이다”라고 말했다. “환자와의 소통이 의사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란 말이다. ‘명의’를 진행한 박태균 칼럼니스트는 “대장암과 관련된 황 교수님 말씀이 큰 도움이 됐다”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황대용 교수와 박태균 칼럼니스트의 문답 전문.>

-교수님은 대장암 치료 명의로 유명하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명의란 호칭은 당치도 않다. 개인적으로 외과전문의를 취득한 1992년 이후 약 23년 동안 오로지 대장암 치료의 한길만 걸어오다 보니 내 인생이 대장암 치료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대장암에 대해서 공부할 것이 너무나 많다.”

-대장은 어떤 장기인가? 면역력과도 관련이 있나?
“대장은 생리학적으로 소장에서 넘어온 소화된 음식물에서 수분을 재흡수하고 변을 굳게 만들어서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장내에는 매우 많은 세균들이 있다. 변의 거의 90퍼센트가 세균이라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많은데, 결국 장내의 그 균들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얻게 한다. 대장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균들과 접하면서 면역력을 얻게 해주는 기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장이 건강해야 면역력도 좋아지는 건가.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대장암은 어떤 병인가.
“일반적으로 대장암이라고 하면, 현미경으로 볼 경우 대장점막에서 생기는 ‘선암(adenocarcinoma)’을 지칭하는데 대부분 장 점막의 용종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선암’이라는 것은 샘(몸속에서 물질을 분비ㆍ배설하는 기능을 하는 세포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것) 모양으로 보인다고해서 한자로 선암(腺-샘 선,癌-암 암)라고 한다. 우리가 말하는 대장암은 대장 선암을 보통 지칭한다.”

-대장암을 구분할 때 보통 ‘착하다, 나쁘다’고 구분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대장암은 어떤 암 인 건가. 착한 암인가.
“배 안에서 보면 가장 착한 암이다. 발생병기에 비해서 생존확률이 높다. 간암과 췌장암은 알려져 있다시피, 좋지 않다. (대장암이) 위암보다 조금 더 나은 성적을 보인다.”

-대장암은 왜 걸리게 되나?
“사실 대장암뿐 아니라 모든 암의 원인은 아직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대장암의 경우 식생활 및 유전요인 등이 대장암 발생에 일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생활 요인으로는 고지방 식이가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이론적인 관점이다. 그 외에 술?담배?설탕 등도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운동은 예방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운동부족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건가.
“그렇다.”

-최동원, 박철순 등 신체 건강했던 운동선수가 대장암에 걸리는 이유는?
“대장암에 있어서 운동은 예방의 효과가 있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의 경우 과할 정도로 운동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스태미나식, 즉 고지방 음식을 많이 섭취할 수밖에 없는 여건 때문이 아닐까 추측이 된다. 여기에 운동선수들의 경우 주량이 어마어마하다는데, 이 역시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동원 선수를 만나본 적이 있나?
“만나 본적은 없고 대장을 찍은 사진만 본적이 있다. 아프다고 하기 전에 사진에서 상태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최동원 선수는 결국 숨지고 박철순 선수는 생존했다. 그 차이는 어디에 있나?
“가장 중요한 건 대장암이 어느 시기에 어떤 경우에 발견이 됐는가, 즉 병기가 조기인 경우에 발견될수록 재발의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그 차이로 인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대장암에 걸리는 유명인이 꽤 많다. 직접 치료했던 환자도 있나? 이유가 무엇일까.
“있긴 하지만 개인적인 문제다. 대장암 전체 발병 환자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어 확률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암 등록 사업을 할 때인 1999년, 대장암 환자의 수는 연간 약 9700명 정도였다. 그러나 10년 뒤인 2008년 약 2.3배로 증가하여 약 2만2000명 이상이 되었다. 가장 최근의 자료인 2012년 자료에 따르면 1999년과 비교하여 거의 3배인 약 2만 9000명 정도가 발생했다. 2012년 기준으로 남자의 경우, 그 사이 위암은 1.3배정도 늘었다. 여자의 경우는 위암 다음으로 갑상선암, 유방암 다음으로 자주 발생하는 암이 되었다.”

-대장암은 얼마나 위험한 병인가? 대장암에 걸린 경우 병기별 생존 가능성은?
“우리 뱃속에 있는 장기들 중 같은 병기로 비교하자면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이는 것이 대장암이다. 최근 생존확률이 많이 높아졌다. 같은 병기의 위암이나 간암 등과 비교해도 대장암의 치료 성적이 월등히 좋다. 갑상선 암이나 유방암 등은 매우 좋은 예후를 보이는 암들이고, 반면에 폐암이나 췌장암 등은 상대적으로 극히 나쁜 예후를 보인다. 대장암은 이들의 중간보다 좀 더 좋은 예후를 보이는 상태에 놓여있다고 보면 된다. 병기별 생존율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최근 자료는 1기의 경우는 거의 100% 완치, 2기의 경우도 거의 94% 정도의 완치, 3기의 경우는 약 80% 정도의 완치, 그리고 심지어 전이가 있는 4기의 경우에서 수술할 수 있는 경우는 35% 정도로 3명 중 1명은 완치가 될 수 있는 특이한 병이다. 물론 수술이 불가능한 4기의 경우는 완치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처럼 전이가 된 경우에도 수술이 가능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암이 대장암이다.”

-일반인이 대장암을 스스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대장암의 증상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일반적인 증상들과 비슷하다. 즉 ‘수험생의 증상’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긴장을 많이 하게 되면 속된 말로 소위 “똥줄이 탄다”고 표현한다. 이럴 경우 변이 가늘고, 변을 보고 나도 또 변이 마려운 듯 한다. 또한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며, 가끔 변을 보고나서 닦은 휴지에 피가 묻는 것을 보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이 대장암 증상과 유사하다. 차이점은 수험생의 증상은 원인이 해결되고 나면 이런 증상들이 사라지게 되지만, 대장암의 경우는 이런 증상들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한두 달 정도 지속된다. 나이와 상관없다. 요즘엔 20대도 발병하기도 한다. 그 이외에 배에서 혹 같은 것이 만져지거나 원인 모를 빈혈이 있는 경우, 그리고 체중감소가 있는 경우라면 조기를 지난 진행성인 경우가 많겠다. 예를 들어, 당뇨환자가 특별한 변화 없이 같은 약이나 인슐린 양으로 당 조절이 잘 되는 것 같아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대장암이 발생하여 체중이 줄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암이 진단된 경우도 있었다.“

-대장암을 조기발견하려면 내시경 검사가 가장 효과적인가?
“그렇다. 예방해서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대장암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용종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대장내시경을 통해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나도 최근에 대장내시경을 받고 대장암의 씨앗인 용종이 두 개 발견되어서 제거했다. 이런 환자가 꽤 많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환자들이 ‘용종을 일단 떼어냈는데, 그 다음에는 어떡해야하는가’라고 질문을 많이 한다. 용종을 떼어낸다 하더라도 그 용종의 성질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진짜 혹이 있고 가짜 혹이 있다. 진짜 혹은 그냥 두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가짜 혹은 쉽게 얘기하자면, 술을 먹고 장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다. 이것 또한 다 용종이다. 용종을 떼어내고 보니 염증인 경우는 가짜 혹이다. 샘 모양으로 생긴 양성 혹이 발견됐다고 하면, 분명히 떼어내야만 한다. 보통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런 경우 재검을 받으라고 권고한다. 다 떼어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고, 대장내시경으로 전부 다 못 잡아낼 확률도 있기 때문이다.”

-대장암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나?
“대장암 예방은 고지방 식이를 피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생활에서 할 수 있는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고지방 식이를 보통 붉은 육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트랜스 지방도 있고 식물성 지방도 있다. 식물성 지방은 몸에 좋다고 하지만, 이걸 가열하면 발암성분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튀긴 음식도 좋지 않다. 고지방 식이를 피하고 운동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술과 담배를 금하고, 설탕도 덜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100% 대장암이 예방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확실한 대장암 예방법은 대장암의 발생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장 용종, 그 용종 중에서도 선종을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대장암 예방법이라고 하겠다. 특히 술은 대장 염증을 일으키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대장내시경을 받아보는 것이다.”

-튀긴 음식은 권장하지 않는지.
“그렇다. ‘라면을 먹더라도 기름을 제거하고 먹으면 된다’고 환자들에게 말한다. 끓여서 생기는 기름 물을 버리고 스프를 넣고 다시 끓여먹으면 된다.”

-적당한 절주량이 있는지.
“권고량이 있다. 소주는 남자는 하루에 네 잔, 여자는 두 잔 정도다. 맥주는 한 컵에서 두 컵 사이로 정해져 있다. ‘막걸리는 좋지 않냐’며 환자들이 간혹 묻는다. 하지만 술은 알코올의 절대량이 중요한 것이다. 막걸리라고 해서 대장에 좋은 건 아니다.”

-대장암이 스트레스와도 관련 있나?
“예전부터 연구가 많이 있었지만 스트레스의 단계를 나누는 것은 어렵다. 개연성은 있어 보이나, 스트레스가 직접적으로 대장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는 아직 본 적이 없다.”

-대장암과 위암의 발병 순위에서 대장암이 앞으로 위암을 제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현재 있는 통계자료는 2012년 통계가 2014년 말에 보고되었으므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얼마나 더 많이 발생했는지 향후 발표 자료를 보면 알게 될 것 같다. 역학 연구자들은 우리나라는 이미 대장암의 발생 수준이 위암의 발생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는 경우도 많다. 나는 시점의 문제일 뿐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국대학병원 암센터장, 대장암센터장으로 있는데, 한 해 대장암 환자를 몇 명이나 수술하나?
“어림잡아 250명에서 30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수술은 일주일에 2~3일 정도 한다. 암센터가 생긴 이후 2년 뒤, 약 3년 반 동안 1천 명 정도 환자를 분석했다. 40~50대 대장암 환자가 늘었다. 우리나라 권고안은 50대부터 대장암을 예방하라고 돼 있다.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가면서 발병률의 차이가 좀 나는 편이므로, 권고연령인 50대보다 40대에 먼저 검사를 받고 예방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대장암수술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어떤 수술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간과 대장암수술을 같이하는 목요일은 한 수술에 7~8시간은 걸린다. 간단한 일반 대장수술은 1~2시간에 끝나기도 한다. 좀 클 경우 3시간 정도 걸린다.”

-대장암이 다른 곳으로 퍼진 경우는 개복해서 한 번에 다 떼어내는 것인지.
“환자의 체력과 심폐기능을 고려해서 가능하면 동시에 진행한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장암 수술에서 황 교수만의 특별한 장기가 있다면?
“내 개인의 특기라기보다는 우리 팀 자체가 큰 수술을 많이 해서 그런지, 아무리 어려운 대장암과 심한 간 전이가 있는 경우에도, 마치 쉬운 맹장 수술(충수 수술이 정확한 표현이지만)하듯이 손발이 척척 맞는다. 이런 점이 우리 팀의 장점이고, 그래서 좋은 치료성적을 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경우는 대개 나와 간 수술 의료진,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동시에 들어가서 수술을 진행한다. 요즘은 복강경 수술이 보편화 되어서 수술 상처가 20~30년 전보다는 매우 작아졌는데, 로봇수술은 촉감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대장암 중 직장암을 제외한 결장암의 경우, 복강경 수술의 한가지 변형 수술법인 하이브리드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하고 있다. 이는 복강경 수술의 촉감이 없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술자의 손을 배 안에 넣어 촉감을 살리면서, 복강경 수술과 같은 크기의 상처로 수술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술 기법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시행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낸다고 생각한다.”

-의대에 진학한 계기는 무엇인가.
“당시엔 이과 학생의 진로가 공대 진학 또는 의대 진학 둘 중 하나였다. 개인적으로는 공대에 진학을 하고 싶었다. 집안에 의사가 한 명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직접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의대를 선택하게 되었다.”

-의대를 다닐 당시엔 대장암 환자가 드물었을 것 같다. 그런데 대장암을 전공한 이유는?
“그렇다. 당시에는 위암이 많았다. 하루에 위암 수술 5명을 하면 대장암은 1~2명 정도 하는 수준이었다. 외과 전문의를 획득하고 나서 서울아산병원에 임상강사로 가게 됐는데, 선배가 반 강제적으로 대장 쪽을 하라고 해서 얼떨결에 이 분야를 하게 됐다. 이후 암 환자만 치료하는 원자력병원으로 이직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대장암만 치료하는 게기가 됐다.

-우리 프로그램명이 ‘명의가 본 기적’이다. 시술을 받아 기적을 이룬 환자의 사례가 있나.
“첫 번째 사례는 49세 여성으로 미국에서 에스 결장암 천공으로 인해 응급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당시 간 전이가 확인됐다고 했다. 수술 두 달 뒤 확인해 보니 간 전이가 크기가 좀 더 커지는 것 같다 하여 귀국했다고 했다. 사진을 본 여러 큰 대학병원들 의료진의 의견은 환자의 수명이 넉 달을 넘기기가 어렵다고 했단다. 가져온 CT(컴퓨터 단층 촬영)자료에는 두 개의 간 전이가 보였으나, MRI 촬영을 해 보니 모두 6개의 전이가 발견됐다. 그런데 미국에서 제거된 에스 결장암 수술조직 검사결과지를 검토해보니 림프절 2개의 전이가 있었고, 절단된 대장 한쪽 면에 암 세포가 걸려있다는 사실이 적혀있었다. 다행이 간으로의 전이 개수는 많았지만 2개는 쉽게 수술로 제거가 될 수 있는 위치였다. 나머지는 고주파 열 치료로 해결이 될 것 같았다. 따라서 이전에 미국에서 수술 받았던 대장 수술 부위를 중심으로 대장과 그 주위조직을 좀 더 잘라내고, 동시에 간으로 전이된 6개를 2개는 수술로, 나머지 4개는 고주파 온열치료로 해결했다. 더 떼어낸 대장의 조직검사결과 대장부위에선 암세포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으나, 대장과 같이 제거한 림프절에서는 1개의 전이된 림프절이 확인됐다. 즉 이전 대장암이 있던 근처의 림프절에 암 세포가 남아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이 환자는 후에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항암제 치료를 약 8개월 정도 시행했다. 귀국하여 받은 대장암과 간 전이 수술 이후 5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재발이나 전이가 발견되지 않아 이제는 1년에 한번 추적진료를 받고 있다.
두 번째 경우는 70세 노인이었다. 여자 환자로 에스 결장암과 하나의 간 전이가 있는 경우였다. 비록 간 전이가 하나이긴 하지만 크기가 7.4cm 정도로 매우 컸다. 또, 이것이 간의 뒷부분 정중앙에 위치해서 간을 모두 제거해야만 하는 경우였다. 우선 대장암을 제거하고, 수술 후 항암제 치료를 시작하였다. 간 전이의 크기가 계속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수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 항암제 치료를 시작하고 처음에는 크기가 많이 줄어들다가 약 7-8차례 항암제 투여 이후로는 정체 상태를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엔 간 전이 크기가 항암제 치료를 하면 할수록 계속 줄어들었다. 스물네차례 항암제를 투여하고 나니 크기가 약 2.5cm 정도로 줄어들었다. 간의 좌측 3분의 2 정도를 제거하는 큰 수술을 하여 간 전이를 완전히 제거했다. 대장수술 후 5년이 지났고, 간 전이 수술 후 2년 6개월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재발이나 전이소견은 보이지 않고 있다. 상태가 좋다.“

-수술도 불가능한 4기 환자도 있는지.
“있다. 항암치료도 같이 진행하다 보니 입원환자의 절반 정도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항암이 되고 수술이 될 때 까지 치료받는 경우가 꽤 있다.”

-정말 기적이라 할 만하다. 감회가 남달랐을 거 같다.
“4기 환자의 경우 환자가 가진 역사가 굉장히 복잡하다. 그런 것을 면밀히 검토하고 놓친 것이 없는지 확인해야한다. 그 다음에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기적의 원인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복잡한 환자일수록 면밀한 환자 자료의 검토가 기본이다. 이런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에 또 있었다. 심한 대장암이었지만 수술과 항암 등 충분히 치료를 받은 환자가 있었다. 대학병원에서 추적진료 중 갑자기 복수가 많이 차니까 말기 암 환자로 진단하여 항암제 치료를 시작하려다가 나에게 의견을 듣기 위해 온 젊은 남성이었다. 가져온 모든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했다. 진찰도 충분히 하고 얘기를 오랜 시간 같이 나눴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사를 하고 나서 복수에 대한 약제를 사용하고, 관찰을 계속 해보니 말기 암이 아닌 경우로 밝혀졌다. 더불어 낙관적·긍정적 사고를 환자와 공유하고, 최선의 적극적인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또한 믿을만하고 훌륭한 동료의료진의 팀워크가 이런 경우들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대장암 명의가 되기 위해 어떤 훈련 과정을 거쳤나.
“히포크라테스 시절부터 있었던 이야기이지만 ‘환자가 의사의 스승’이다. 환자들의 얘기를 경청하다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과연 무엇인지를 많이 느끼게 된다. 그래서 환자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우리 팀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또한 훌륭한 스승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위치까지 오게 된 것이란 생각을 많이 한다. 온전히 나를 믿고 환자치료를 맡기고, 때로는 호되게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정리 김하온 기자·홍준영 인턴 기자 kim.haon@joongang.co.kr
촬영 김세희·김상호·이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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