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검수사 'DJ제외' 압박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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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북 송금 의혹사건 특검 수사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느니, 조사 기간을 늘려선 안되다느니 말들이 많다.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은 어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 수용을 공포할 당시의 여야간 공감대를 감안할 때 金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날 특검 수사기간 연장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채택하고 당 차원의 건의문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키로 했다고 한다. 1차 수사기간(70일)이 오는 25일까지여서 강도높은 수사를 통해 이 기간 내에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민족화해와 상생의 길을 개척한 주역들을 단죄할 수 없다"면서 "정상회담을 특검하는 것은 국가경영의 미숙함을 보여주는 수준 이하의 행위"라고까지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물론 여기엔 남북이라는 특수관계상 대화를 시작하자면 공개할 수 없는 절차나 협상이 사전에 있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까지 까발리는 게 남북관계는 물론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우려가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검이 설치된 이유는 이러한 남북관계가 비밀송금이라는 불법적이고 비정상적인 방법이 동원됐기 때문에 그것을 조사하자는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법에 따라 특검이 임명됐고, 그 특검팀이 진상 조사에 나선 이상 불법거래와 의혹들이 낱낱이 규명돼야 한다.

의혹이 있는 부분을 통치권이라는 명분으로 감싸서는 안된다. 수사상에는 성역이 인정돼선 안된다. 기간연장 여부도 특검이 판단할 일이지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특검팀은 1차 기간 내에는 물리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일종의 수사 방해 행위다. 수사발표도 진상 규명이 끝난 뒤 특검팀의 판단에 따라 공개 범위가 결정돼야 한다. 통치행위 여부도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