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전 관방장관 "가해자가 '사죄는 이제 끝' 납득되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27일 오사카(大阪) 강연에서 “가해자가 ‘(사죄는) 이제 이것으로 끝’이라고 말하는 건 어떤 설명을 붙여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화 내용 중 ‘미래 세대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게 해선 안 된다’는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노 전 장관은 또 “아베 담화가 적어도 한·일, 중·일 관계 개선의 계기는 될 수 없다는 걸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담화에서 한국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매우 가볍다. (한국을) 중시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 측이 섭섭하지 않겠는가”라고 쓴소리를 했다.

위헌 논란 속에 야당과 국민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아베 내각의 집단 자위권 등 안보 관련 11개 법안에 대해서는 "도저히 합헌이라고 할 수 없으며 위헌“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평화헌법) 9조 정신을 바꾸는 것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보 법안을) 굳이 추진하려면 중의원을 해산한 뒤 총선을 통해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노 전 장관은 관방장관 시절이던 1993년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1995년 전후 50년 담화를 통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와 함께 아베 총리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줄곧 비판해왔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