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세무서장 특강] "나한테 줄 한번 서 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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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전국 세무관서장을 상대로 특강을 하면서 작심한 듯 매우 강도 높은 공직사회 장악 의지를 드러내보였다. 각 부처에 공식.비공식 개혁주체세력을 만들겠다고 밝힌 뒤 공무원들에게 "옆길로 가는 것은 용납이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무현 방식이 맞다"=盧대통령은 언론의 비판에 눈을 감을 것이라는 다짐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요즘 참모들은 심지어 신문을 보지말라고 한다"며 "신문을 보면 대통령이 열이 받치고 하루종일 높은 목소리로 지시를 하게 되고 분위기도 나빠지고 혹시 감정적인 결정을 내릴까봐서"라고 말했다. 이어 "신문을 안 보는 것이 어렵더라"고 하면서도 "요즘은 잘 안본다"고 했다.

언론에 대해서는 "한번도 잘했다고 칭찬하지 않았다", "노무현에 대해 독불장군이고 튄다, 불안하다고 했다", "흔히들 조중동 하는데, 일부 언론이 내가 대통령 안 되게 온갖 일 다 했으나 대통령 됐다", "많은 언론이 비판, 비난으로 흔들겠지만 꿋꿋하게 간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이 소신과 비타협으로 "대선에서 기적을 이뤄냈다"고 상기시키며 "내가 아니라도 타협할 사람은 많다. 많은 사람이 타협하라고 했으나 노무현 방식이 맞다"고 강조했다.

盧대통령은 "어머니가 모개(모과) 3덩어리만 못해도 가장은 가장이라고 했다. 자 이제 노무현은 대통령이다. 앞으로도 (5년간) 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무원들을 향해 "내게 투자를 하라. 남들이 다 좋다는 데 따라가봤자 배당이 적다. 아무도 안 가는 데가 배당이 큰 것 아닌가. 안된다는 데 줄을 한번 서라"고 말했다.

◆"허수아비 안될 것"=盧대통령은 스스로에 대해 "1급수에서 살아온 열목어.산천어처럼 깨끗한 대통령이라고 말하진 않겠다. 2급수, 3급수 헤엄치며 진흙탕을 건너서 지뢰밭을 건너서 정권을 잡았다. 오염되고 바짓가랑이 흙 묻히며 지나왔다"고 털어놓았다.

"다음 대통령은 물장수하지 말라고 꼭 권유하겠다"고 농담을 한 뒤 "형님 두분 다 세무공무원이었는데, 땅을 좀 사고 팔고 해서 요새 내가 좀 구설수에 올라 있다. 별로 선수도 아닌데 인간적으로 착잡한 생각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盧대통령은 "나는 보통 정치인과 다르게 도덕적 원칙과 긴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앞으로 도덕적 신뢰와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로 국가를 개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직사회가 자신의 국정방향과 반대로 갈 경우 자신은 "허수아비 대통령이 된다"며 "그렇게는 안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盧대통령은 "나의 개혁은 산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문화개혁을 통해 국가를 개조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성공한 대통령은 내가 평가하겠다"고 말한 그는 구체적으로 "국세청이 불러도 겁 안나는 사회, 검찰청에서 나오라 해도 아랫도리가 흔들리지 않는 사회"가 자신이 지향하는 사회라고 했다.

盧대통령은 "(임명 이후) 여기서 국세청장을 처음 만났고 그동안 국세청장에게 전화 한 통화 안했다"며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강민석.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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