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내 옐런의 ‘복심’ 더들리 “9월 금리 인상 설득력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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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들리(큰 사진), 옐런(작은 사진)

공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차이나 쇼크의 불길은 일단 멈췄다. 하지만 불씨는 타오르고 있다. 미국이 9월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시장은 다시 화염에 휩싸일 수 있다. 키를 쥔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한 달 이상 대중 앞에 나서지 않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가들의 연례회의인 잭슨홀 미팅(현지시간 27~29일)에도 불참한다.

 그런데 초토화된 뉴욕 증시에 뜻밖의 구세주가 등장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이다. 더들리는 26일(현지시간) 회견에서 “내 관점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착수하는 것은 몇 주 전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더들리는 Fed 내 옐런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그가 다음달 금리 인상 타당성을 공개 부인함으로써 9월 금리 인상론은 용도 폐기 상황으로 내몰렸다.

 그의 발언은 다분히 의도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뉴욕 지역 경제가 주제였다. 그는 준비된 발표문 말미에 예정에 없던 통화정책 얘기를 꺼냈다. JP모건은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해 Fed가 신중하게 준비한 대응으로 맥락을 읽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강력한 진정제가 필요했던 시장은 환호했다. 다우지수는 619포인트 뛰어 3.95% 상승했다. S&P 500 지수(3.9%)와 나스닥 지수(4.24%)도 급등했다. 지난 2011년 11월 이래 4년 만에 최대 상승이다. 옐런이 대리인 더들리를 내세워 시장 불안 진화에 성공한 셈이다.

 9월 금리 인상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립서비스가 아니다. 중국 리스크에 대한 Fed 위기의식의 산물로 봐야 한다. 차이나 쇼크는 미국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더들리는 “국제적 상황 전개가 미국 경제성장에 하방 리스크를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impinge)”고 표현했다.

 더들리에 따르면 차이나 쇼크는 다양한 경로로 Fed의 양대 목표인 고용과 물가 달성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우선 중국 경기 둔화가 초래하는 글로벌 경기 하강은 미국산 제품 수요를 위축시킨다. 자산 효과(wealth effect)도 있다. 주가 급락으로 자산가치가 줄어들면 소비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소비 감소는 경기에 치명적이다. 차이나 쇼크는 디플레 바이러스도 퍼뜨릴 수 있다. 중국의 부진은 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르고, 위안화 절하로 촉발된 신흥국 통화 절하 경쟁은 달러화 강세로 귀결된다. 이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은 인플레 상승의 발목을 잡는다.

 더들리의 발언은 최근 미국 실물 지표의 잇따른 호조 속에 나왔다. 7월 내구재 주문은 한 달 전보다 2% 증가했다. 시장에선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많았 다. 27일 미국 상무부는 2분기 경제성장률을 3.7%(연율)로 수정 집계했다. 지난달 말 집계치(2.3%)보다 1.4%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문제는 지표와 현실의 괴리다. 이들 지표는 이달 11일 중국 인민은행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를 발화점으로 보는 차이나 쇼크가 모습을 드러내기 이전 상황을 담고 있다.

 더들리는 연내 금리를 올리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정말 올해 금리를 올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의 전망이 좋고 Fed가 양대 목표를 달성해 가는 궤도에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Fed의 논의 테이블에서 9월 금리 인상은 완전히 치워진 것일까. 더들리는 10월 혹은 12월이냐는 질문에 “앞으로 데이터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다음주 후반이면 8월 실업률 등 최신 고용지표가 나온다는 점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9월 FOMC(16~17일)는 멀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9월 금리 인상이 아주 불투명해지긴 했지만 배제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골드먼삭스 분석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주가가 10% 정도 빠지면 Fed는 그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평균 0.15%포인트 낮췄다. 다우지수는 이미 올해 고점 대비 14% 넘게 빠졌다. 이 기조가 이번에도 유지된다면 Fed가 9월에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 고용과 소비, 주식 투자의 주체인 보통 미국인들이 차이나 쇼크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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