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왕가물 이어 대홍수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올해 초 모내기철 ‘왕가물(대가뭄)’에 이어 이번엔 홍수 피해를 겪고 있다고 미국의 대북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가 26일 보도했다.

홍수 피해 지역은 외국인도 체류 중인 특별경제구역인 나선시다. 북한 주민 4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가옥 1000여채가 파괴된데 이어 나선국제상품전시회 참가 중인 외국인 500여명이 현지에 발이 묶였다고 중국 베이징 국제적십자사 동아시아지부 대변인은 26일 RFA에 전했다.

전체 피해 규모는 5200여가구, 1만1000여명에 이른다고 RFA는 보도했다. 국제적십자사 동아시아지부 대변인은 RFA에 “북한 조선적십자회 함경북도 지부의 초기 현황 보고를 바탕으로 피해 주민을 주변 학교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며 “긴급대피소, 의류, 조리기구, 식수 등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국제적십자사는 북한 조선적십자회와 협의를 거쳐 함경남도와 평양으로부터 방수천ㆍ가족용텐트ㆍ조리기구ㆍ위생용품ㆍ수질정화제 등을 피해 지역으로 보냈다. 조선적십자회는 향후 재난대응요원을 추가로 파견해 현장 상황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RFA는 또 이번 홍수로 다리가 무너지면서 지난 23일 폐막한 제5회 나선국제상품전시회 참가자를 포함한 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500여 명이 현지에 발이 묶여 있다고 전했다. RFA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으로 향하는 선봉 원정세관과 선봉 사이 다리와 러시아로 향하는 철교가 무너지고 1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안다”며 “외국인 참가자 가운데 사상자는 없지만 외부로 향하는 길이 차단돼 당분간 나선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피해 상황 등을 파악 중”이라며 “아직은 (대북 피해 지원 등에 대해) 말씀을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