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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연수만 모두 합쳐 32년..안뜬게 더 이상한 아이돌 5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한끗이 아쉽다. 뜰 뜻 뜰 듯 늘 관심을 끌지만 결국 1위에 오르지는 못하는 '비운의'아이돌 그룹들이 있다.

이 그룹들의 특징은 멤버별로 떼어놓고 보면 매력은 넘친다는 것. 또 팀 인지도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안 뜨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로 히트곡이 나오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제국의아이들, 레인보우, 유키스, 나인뮤지스, 달샤벳이 손에 꼽힌다. 이들의 활동 연차만 모두 합쳐도 32년이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가요계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충분한 매력이 있다는 것. 팀명도 충분히 알려졌고 인지도도 높다. 그럼에도 요즘 다들 찍어본다는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도 이들에게는 큰 꿈이다. 뜰 것 같으나 좀처럼 뜨지 않는 이유를 짚어봤다.

▶천만배우·'무도' 멤버 다 있는, 제국의아이들

데뷔 6년차인 제국의아이들은 뜰듯 안뜨는 그룹 중 단연 넘버원이다. 제국의아이들은 모두가 알지만, 이들의 히트곡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멤버별 매력과 개성은 높으나 팀으로만 뭉치면 이상하게 잘 안된다. 심지어 제국의아이들 멤버 중에는 천만배우 임시완도 있고, 국민 예능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 새 멤버 황광희,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며 주가를 올린 박형식도 있다. 또 체육돌인 김동준까지 속했다.

제국의아이들이 유독 뜨지 못하고 있는 것은 멤버들도 인지하고 있는 일. 이들은 2년 전 출연했던 tvN '택시'를 통해 "'후유증'이 그나마 알려진 노래고, 그 이후로는 뜬 노래가 없다. 유독 노래 운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멤버들이 말했듯 제국의아이들은 디지털 싱글, 미니앨범, OST 등 다양한 앨범을 출시했으나 인기를 모은 곡이 없었다. 단순히 노래 운이 없었던 걸까. 제국의아이들은 매 앨범마다 특유의 색이 없었다. 칼군무나 비글돌, 힙합돌 등 다양한 수식어가 있는 가요계에서 정확한 방향성이 없던 제국의 아이들이 유독 가수 활동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던 이유다.

한 관계자는 "확실한 색깔로 승부를 봐야 하지만, 제국의아이들의 경우 매 앨범마다 스타일도 달랐고, 장르적으로 획일화되지도 않았다. 자작곡을 만들 수 있는 멤버가 케빈 정도로 적은 것도 흠이다. 팀에 어울리는 컨셉트를 정하고 멤버별 인지도가 크게 오른 이때 새 앨범을 발매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인지도·히트곡 다 있는데 왜? 레인보우

김재경, 고우리, 김지숙, 노을, 오승아, 정윤혜, 조현영으로 구성된 레인보우는 지난 2009년 데뷔했다. 벌써 7년차 걸그룹이다. 오래 활동한 만큼 멤버들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김재경은 예쁜 미모와 더불어 탁월한 예능감으로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고우리는 최근 '여왕의 꽃' 등 드라마에 출연하며 다재다능한 끼를 펼치는 중. 김지숙은 파워블로거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히트곡이 없는 것도 아니다. 'A'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으며 곡 '텔미 텔미'도 귀여운 안무와 함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럼에도 레인보우는 음악방송은 물론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이력이 없다. 노래 실력이나 외모, 인지도에서 타 그룹에 밀리지 않는 레인보우가 유독 음원 성적에서 힘을 못쓰는 이유는 역시 확실한 색깔의 부재다. 섹시나 큐트, 가창력 승부 등 분명한 컨셉트가 없이 섹시와 큐트를 오가는 스타일은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한 가요제작자는 "레인보우는 히트곡이 있음에도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 컨셉트가 확실하지 않은 것과 더불어 레인보우는 멤버별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에 균형이 맞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그룹과 멤버 인지도 격차 큰, 유키스

유키스는 벌써 8년째 활동 중이다. 유키스의 히트곡을 떠올려본다면 '만만하니'가 대표적. 멤버들이 일렬로 서 어깨를 까딱이는 장면은 여전히 강렬하다. 그러나 유키스가 국내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한 적은 없다. 지난 3월 SBS MTV '더쇼' 중국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8년만에 받은 첫 트로피였다. 8년간 꾸준한 활동을 하고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결과다.

유키스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았던 멤버는 지난 2013년 탈퇴한 동호다. 유키스라는 팀을 대대적으로 알린 것도 귀여운 외모의 동호가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 연예 활동에 대한 회의감을 이유로 팀에서 탈퇴한 동호는 DJ로 새 행보를 걷는 중.

유키스의 기록 부진은 그룹과 멤버의 인지도 격차가 크다는 것에 있다. 유키스는 알지만 어떤 멤버가 있는지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현, 기섭, 일라이, 에이제이, 준, 훈, 케빈으로 이뤄진 유키스는 그룹의 인지도를 뛰어넘는 멤버가 없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키스는 8년간 활동을 이어온 만큼 분명 소녀팬들의 마음을 저격하는 총알이 있겠으나, 국내에서는 대중의 마음을 정조준하기가 쉽지 않다.

▶몸매는 명품인데..나인뮤지스

이렇게 하나같이 좋은 몸매를 갖기도 힘들다. 흔히 말하는 '명품몸매'를 가진 멤버들로 구성된 나인뮤지스 역시 불운의 그룹. 매년 활동을 하고 있으나 톱그룹 반열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나인뮤지스는 모델돌이라는 확실한 컨셉트와 출중한 외모를 갖고 있어 성공 가능성이 있음에도 어필이 어렵다.

나인뮤지스는 팀을 이끌고 초반 그룹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없었을 뿐 아니라 타이틀 곡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만큼 중독성 있지 않았다. 화려한 외모와 퍼포먼스를 따라가기에는 다소 아쉬웠던 곡들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에 가요 관계자는 "나인뮤지스에 대한 니즈는 있으나, 그만큼 기록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초반 활동 당시 발표했던 노래들은 대중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믿고 듣는다'는 인식이 구축되지 않은 점은 1위로 가는 데 큰 장애물이다. 하지만 워낙 멤버들에 대한 관심도가 있어 노래만 좋으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 잡기는 성공, 도약 아쉬운 달샤벳

지난 2011년 데뷔한 달샤벳은 올해 데뷔 5년차를 맞았다. 데뷔 동기 에이핑크는 매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쭉쭉 올라가는데, 달샤벳의 붐업은 아쉽다. 달샤벳은 곡 '슈파두파디바'로 상큼발랄하게 데뷔, 귀에 감기는 중독성 있는 무대로 주목받은 신인이었다. 이후 곡 '핑크로케트', '블링블링'으로 귀여운 컨셉트를 유지하더니 2012년에는 19금 곡 '히트유'로 파격 변신했다. 상큼 발랄했던 달샤벳이 1년 만에 컨셉트를 도도하게 바꾼 것인데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의 180도 달라진 스타일은 독이 됐다.

이후 달샤벳은 발매하는 앨범마다 상큼, 섹시, 도도를 오가며 컨셉트를 바꿨고 이는 그룹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히는데 방해가 됐다. 달샤벳은 멤버들이 직접 작곡을 하는 등 음악성도 갖춰진 팀. 걸그룹계에 자리는 잡았으나 2% 부족한 임팩트로 꾸준한 활동과는 상반된 기록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황미현 기자

온라인 중앙일보 js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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