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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표 잡자 … ‘외부 적’ 중국 때리는 공화 주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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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12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중국이 이웃 나라들을 위협하거나 지배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며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중국의 자동차 보조금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며 맞불을 놨다. 신화통신은 ‘미국이 대선 국면에서 중국을 탓하는 게임(blame-china game)’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미국 대선전에서 공화당 후보들의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가 부활하고 있다.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 등 자국중심주의 색채가 강한 후보들이 난립한 가운데 외부의 적(敵) ‘중국’을 통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11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중국 증시폭락이 미국 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치자 중국 때리기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

  트럼프는 2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서 미국을 넘어뜨리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그들과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9월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미국 방문과 관련, “나는 시진핑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지 않겠다. 대신 맥도널드 햄버거를 던져주고 일이나 시작하자고 말할 것”이라며 외교적 결례가 될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해서도 “미국의 피를 빨아먹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중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 중 여론조사 2위를 달리는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도 “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 조작으로 미국 경제가 추락하고 미국인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중국을 비난했다. 그는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남중국해에서의 군사활동, 인권 침해 등을 거론하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시진핑 주석의 방미를 취소해야 하고 미·중 관계에서 ‘기개(backbone)’를 보여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 는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출연해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수백만 명을 가난에 몰아넣고, 검열과 억제·환경오염까지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3일 NBC와 인터뷰에서도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대해 더 공격적인 군사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인권운동가에 대한 중국의 탄압은 문화대혁명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중국이 아킬레스건으로 여기는 인권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도 “오바마 대통령이 ‘노’라고 말할 줄 몰라 중국발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막대한 부채 문제를 거론했다.

 중국 때리기는 공화당뿐이 아니다. 미 국무장관을 지낸 민주당의 유력후보 힐러리 클린턴도 중국에 관해선 강경한 입장이다. 클린턴은 1995년 퍼스트레이디 신분으로 중국 유엔 여성 콘퍼런스에 참석해 중국의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클린턴 후보는 최근 중국의 무역 덤핑문제와 해킹 문제 등을 지적하며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대선 주자들의 공격에 대해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화당이 대선 때는 국내용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서지만 대선이 끝나면 중국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라는 것이 중국 내부의 판단이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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