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 새 3번 바뀐 제한속도 … 헷갈리는 무진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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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버들주공아파트 앞 사거리 도로를 차량들이 지나고 있다. 도로 한가운데 차량 제한속도가 시속 50㎞라는 표지판과 시속 70㎞라는 표지판이 동시에 걸려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직장인 최영준(32·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씨는 지난 21일 아침 출근길에 차를 몰고 가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무진대로를 통해 신세계백화점 방향으로 달리던 중 서구 쌍촌동 버들주공아파트 사거리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이다. 지난달 말까지 시속 70㎞였던 도로 제한속도가 50㎞로 바뀐 것을 뒤늦게 발견하면서다. 카메라 앞에서 급히 속도를 줄이다 자칫 뒤따르던 차량과 추돌 사고를 낼 뻔했다.

 최씨는 “150여만 명이 사는 광역도시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도로의 제한속도가 왜 이렇게 자주 바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변경 주기도 운전자들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잦은데,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고속도로와 연결돼 광주시내에서 가장 혼잡한 도로로 꼽히는 무진대로의 차량 제한속도가 자주 바뀌면서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 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운전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는 반응이다.

 문제의 구간은 무진대로의 버들주공 사거리부터 광천사거리까지 약 1.8㎞ 구간. 광주신세계 방면 버들주공 사거리 앞 과속 단속용 고정식 카메라의 제한속도는 최근 10개월새 세 차례나 변경됐다. 시속 70㎞에서 시속 50㎞로, 시속 50㎞에서 다시 시속 70㎞로, 시속 70㎞에서 또다시 시속 50㎞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당초 시속 70㎞였던 제한속도는 지난해 10월 50㎞로 낮춰졌다. 하수관 설치 공사를 하면서 차선 일부가 줄어 기존 속도로 달릴 경우 사고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시민들이 바뀐 도로 상황에 익숙해질 무렵인 지난 6월 중순께 시속 70㎞로 다시 바뀌었다. 광주시가 하계유니버시아드(7월 3~14일) 기간 차량 혼잡을 피하겠다며 하수관 공사를 중단하고 도로를 임시 포장해 개통했기 때문이다.

 편도 8차선인 해당 지점은 유니버시아드 종료 후 공사가 재개되면서 교통 혼잡이 심화됐다. 그러자 한 달 만에 제한속도는 다시 50㎞로 낮춰졌다. 지난 6월 이후 한 달새 제한속도가 시속 50㎞→70㎞로, 다시 시속 70㎞→50㎞로 두 차례나 바뀐 것이다.

 게다가 버들주공 사거리부터 광천사거리까지 1.8㎞ 구간은 모두 편도 8차로에 도로 여건 또한 비슷하지만 제한속도는 제각각인 실정이다.

버들주공아파트 앞은 시속 50㎞, 이곳부터 광천터미널 앞까지는 시속 70㎞, 광천터미널부터 광천사거리까지는 시속 60㎞이다. 특히 일부 구간은 속도를 조정했는데도 표지판은 바뀌지 않아 운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제한속도는 하수관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내년 초 원래 속도인 시속 70㎞로 되돌릴 예정”이라며 “그 시점에 맞춰 1.8㎞ 전체 구간을 시속 60㎞나 70㎞로 통일해 운전자들의 불편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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