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호텔 엇갈린 판결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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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관광호텔 신축 허가를 놓고 엇갈린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학교에서 관광호텔이 보이는지와 호텔 주변 도로가 주통학로인지가 관건이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이승택)는 24일 건설시행사 대표 전모씨가 "학교 앞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게 해달라"며 서울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전씨는 강동구 천호동 A중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약 125m 떨어진 자리에 21층짜리 관광호텔을 지으려 했다. 신축 부지는 학교보건법상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중 ‘상대정화구역’에 속했다. 이 구역에선 원래 호텔사업이 불허대상이지만 예외가 있었다. 관할 교육청이 학습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하면 허가가 가능했다. 전씨는 “비즈니스호텔이 아닌 의료관광호텔로 운영하겠다”고 신청했다. 그런데 불허처분이 나자 소송을 제기했다.

전씨는 재판에서도 졌다. 재판부는 “호텔 투숙객이 창문을 열거나 A중학교 학생들이 망원경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객실 내부 모습을 충분히 볼 수 있다”며 “감수성이 예민하고 성(性)에 처음 눈을 뜨기 시작하는 중학생들의 건전한 성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한발 더 나가 “관광호텔에서도 음성적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현실에 비춰보면 관광호텔을 상대정화구역에서 금지시킬 정책적 필요성도 높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차행전)는 고모씨가 종로구 이화동 B여자중학교 출입문에서 약 157m 떨어진 자리(상대정화구역)에 16층짜리 관광호텔 신축을 허가해달라는 소송에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학교 앞에 관광호텔이 들어서도 교육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교에선 호텔 외벽 상층부만 보이고, 호텔 앞 도로는 왕복4차로여서 주통학로도 아니다”며 “호텔 부지 뒤편에 이미 모텔이 들어서 있는데, 호텔이 신축되면 오히려 학교 시야에서 모텔을 차단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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