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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대통령과 감정 교류 … 이병기 ‘트리플 크라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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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태평성대(太平成大) 정홍원-이완구-황교안’ ‘8년째 핵심 최경환’ ‘오병세 윤병세’ ‘트리플 크라운 이병기’ ‘기춘대군 김기춘’….

 지난 2년 반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그리고 정권의 핵심 키맨들을 규정하는 표현들이다. 별들이 뜨고 지듯 실세들의 면면에도 변화가 이어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처럼 박 대통령 주변을 변함없이 지킨 이도 있고, 이완구 전 총리처럼 63일 만에 물러난 이도 있었다.

 ◆실세 최경환, 50대 총리 황교안=2007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의 최고 요직인 상황실장에 임명된 이후 최 부총리는 단 한 차례의 공백 없이 ‘박근혜맨’의 길을 걸었다. 그의 주변에선 “비단길도 진흙탕길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엔 ‘친박몫 장관’으로 파견됐다. 2012년 대선 막바지 박 후보가 위기에 처하자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비박계’인 김무성 현 대표를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영입하는 데 앞장섰다. 정부 출범 뒤엔 새누리당 원내대표→경제부총리로 승승장구 중이다. “박 대통령과 감정적 교류가 가능한 인물”이라는 새누리당 당직자의 표현은 그가 차지하고 있는 한결같은 위치를 요약한다.

현 정부가 배출한 세 명의 총리(정홍원-이완구-황교안)는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다. ‘태평성대’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던 성균관대 전성시대의 하이라이트는 황교안 총리다. 최 부총리가 8년째 ‘언제나 그 자리의’ 측근이라면 58세인 황 총리는 현 정권의 ‘라이징(rising, 떠오르는)’ 스타다. ‘미스터 국가보안법’으로 불린 공안검사 출신인 그는 현 정부 초대 법무장관에 발탁됐다. 박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지만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등을 처리하며 신뢰를 얻었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겐 ‘트리플 크라운’이란 표현이 따라붙는다. 주일 대사→국가정보원장→대통령 비서실장으로 2년 반 동안 정부와 청와대의 요직을 거쳤기 때문이다. 김기춘 실장 시절의 ‘불통’ 논란을 잠재웠다는 평을 듣는다. 정부에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그래서 외교부 사람들은 “대통령과 임기 5년을 함께할 장관”이라는 의미로 ‘오(5)병세’라는 별명을 그에게 붙여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이 ‘띄워준’ 별이라기보다는 ‘스스로 뜬’ 별에 가깝다. 지난해 7월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물리치고 대표직에 올랐다. 2012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그는 대선 총괄본부장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한동안 야인으로 지낸 그는 2013년 재·보선으로 컴백한 뒤 비박계의 지지 속에 대표까지 거머쥐었다.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 발언이 파문을 부른 뒤엔 “당·정·청은 한 몸”이라며 박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고 있다.

◆떠난 김기춘, 물러난 이완구=초대 허태열 비서실장에게서 2013년 8월 바통을 넘겨받은 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올 2월까지 청와대를 이끌었다. 그 기간은 ‘박 대통령의 청와대’이면서 ‘김기춘의 청와대’이기도 했다. 취임 후 첫 브리핑에서 “윗분의 뜻을 받들어”라고 말했듯 ‘보좌’에 온 힘을 쏟았다. 박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신임을 받으며 ‘왕실장’ ‘기춘대군’으로 불렸다. 하지만 ‘불통’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을 거치며 여론이 얼어붙었다. 물러난 지금도 여권 주변에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추측이 돌 정도다.

총리 인선은 박 대통령에게도, 후보자로 내정된 이들에게도 흑(黑)역사였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쇄신특위 위원장을 지냈던 ‘국민 검사’ 안대희 전 대법관도 수임료 논란 속에 총리 후보직을 사퇴했다. 정홍원 총리의 유례없는 ‘총리 재수’ 시절을 거친 뒤 박 대통령이 택한 카드는 충청 출신 이완구 총리였다. ‘2PM(이완구+총리를 뜻하는 Prime Minister의 합성어)’으로 불렸던 이 총리는 청문회와 국회 본회의 임명 동의는 통과했다. 하지만 끝내 ‘성완종 리스트’를 넘지 못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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