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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가루 날리던 안심연료단지, 미니 신도시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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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구시 동구 율암동 안심연료단지 앞. 왕복 4차로의 반야월로에 연료단지를 드나드는 레미콘 차량과 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간다. 이들이 지날 때마다 시멘트 가루가 섞인 뿌연 먼지가 날린다. 길가는 사람들은 손으로 코를 막는다. 연료단지의 레미콘·아스콘·연탄공장에 바퀴를 세척하는 시설이 있지만 제대로 씻기지 않은 시멘트 가루 등이 도로에 묻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민 하진규(63)씨는 “차량이 지날 때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곳 주민들은 앞으로 이런 불편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대구시가 연료단지 내 대성연탄·쌍용레미콘 등 7개 공장을 이전하고 미니 신도시로 개발하는 ‘안심지구 도시개발사업’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시는 이 계획을 오는 28일까지 공개하고 주민들 의견을 접수한다. 시 관계자는 “개발 방향과 땅값 등을 묻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심지구 도시개발사업 계획에 따르면 연료단지 36만1076㎡가 주거·상업지역으로 바뀐다. 주거용지는 전체의 44.9%인 16만2251㎡, 상업용지는 24.9%인 8만9903㎡다. 나머지는 근린공원·주차장·광장 등으로 꾸며진다. 개발이 완료되면 3000가구에 7700명이 생활하게 된다. 시는 내년 하반기 기반시설공사를 시작해 2020년까지 개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4834억원이다.

 동구 주민들은 반기고 있다. 환경 오염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동안엔 바람에 먼지가 날리고 비가 오면 도로와 인도에 시멘트·연탄 가루가 질척거려 걷기조차 어려웠다. 건강에 대한 염려도 덜게 됐다. 일부 주민은 먼지로 인한 진폐증 등 폐질환을 앓고 있어 정부와 대구시가 이들의 진료 대책을 마련 중이다. 안심연료단지는 1970년 조성됐다. 이 지역의 행정동 이름인 안심동에서 명칭을 땄다. 하지만 주변에 주거 지역이 형성되면서 분진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이 늘었다. 시는 2000년부터 두 차례 이전을 추진했지만 대체 부지를 찾지 못해 무산됐다.

 주변 지역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안심지역을 부도심으로 키우기로 했지만 연료단지가 발목을 잡아 개발이 지지부진하다. 이 때문에 인근에 위치한 혁신도시와 첨단의료복합단지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연료단지 입주업체들의 이전 장소가 정해지지 않아서다. 이들은 대구시에 공장 이전 장소를 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민 난방수단인 연탄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2 비행장과 인접해 아파트 높이가 제한되면서 부지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시의 입장은 확고하다. 개발에 앞서 주민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연료단지 이전이나 폐쇄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연탄공장이 문을 닫더라도 경북 지역에 10여 개 업체가 가동 중이어서 수급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시는 업체들이 이전하지 않을 경우 토지를 강제수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만수 대구시 창조프로젝트추진단장은 “시가 개발을 주도해 계획대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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