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혼성 밴드 ‘라이바흐’ 북한서 사상 첫 해외 록밴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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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처음으로 록 공연을 한 슬로베니아 출신의 혼성 밴드 라이바흐. [사진 라이바흐 페이스북]

북한에서 처음으로 해외 록밴드의 공연이 19~20일 열렸다. 슬로베니아 출신 혼성 밴드인 라이바흐(Laibach)는 여성 멤버가 한복을, 남성 멤버가 인민복을 입고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2000명의 평양주민과 주북한 외교사절들 앞에서 무대에 올랐다. 라이바흐는 20일 페이스북에 북한 주민들이 박수를 치며 관람하는 모습과 무대 위에 한국어 가사를 자막으로 입힌 사진을 올려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 밴드는 약 1시간 동안 자신들의 곡은 한 곡만 연주하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수록곡으로 조국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 ‘에델바이스’와, 민요 ‘아리랑’ 등을 불렀다. 이 공연을 주관한 노르웨이인 모튼 트라빅은 미국 APTN 방송에 “음악은 소통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북한은 폐쇄적 국가라고 알려져 있지만 바깥 세계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방영한 인터뷰에서 “음악의 장르가 여러 가지 있는데, 이런 음악도 있다고 (생각하며) 봤습니다”거나 “아무래도 조금 우리 감정하고는…. 그래도 ‘아리랑’은 재미있게 들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트라빅 감독은 지난 5년간 북한 관련 문화 콘텐트를 제작하면서 북한 당국의 신뢰를 얻었다. 이들은 데뷔 초에 나치 관련 의상을 입어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 밴드는 미국을 비판하며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을 비튼 제목인 ‘분열된 미국(Divid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노래를 발표한 적도 있다.

  이들은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 제작한 티셔츠에 한국어로 ‘신념’이라는 글자를 적어넣은 뒤 21유로(약 2만7000원)에 전 세계 팬들을 상대로 온라인 판매 중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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