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영원한 솔로로 남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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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바이올리니스트 주디 강(23).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우리 말도 서투르지만 한국 가는 일은 언제나 흥분된다. 생김새가 똑같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평가받는 것이야말로 가슴 벅찬 일이기 때문이다.

1997년과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 세번째로 고국 무대에 선다. 세계적인 실내악단인 세종솔로이스츠(음악감독 강효 줄리아드 음대 교수)의 단원인 강씨는 14일 대관령에서 자신의 고혹적인 선율을 국내 팬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2010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이번 무대에서 그는 14명의 다국적 단원들과 함께 거슈윈의 '자장가',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강씨는 같은 취지로 지난달 21일 뉴욕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독창적인 바이올린 연주로 박수갈채를 듬뿍 받았다.

강씨는 특히 이번 일정 가운데 강원도 평창의 산골학교 어린이들을 만나는 일이 가장 가슴 설렌다고 했다. 음악에 마음을 풀어놓으면 누구와 어떤 대화도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네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그는 일본에서 스즈키음악학교를 세운 요코 오이케(61)선생을 사사했다. 강씨를 처음 만났을 때 선생은 "이런 아이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강씨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커티스 음대와 뉴욕 줄리아드 음대 석사과정과 전문연주가 코스를 마치고 2000년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실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게 잘못일까. 각종 대회에서 수상도 많이 했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상이 왜곡되는 것도 적잖이 지켜봤다. 그래서 좌절도 많이 했지만 여전히 자신있다고 말한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들어가면 편하게 살 수 있지만 저녁마다 의무적으로 연주하는 건 싫어요." 판에 박힌 생활은 싫다는 강씨는 "원하는 사람들에게 내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영원한 솔로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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