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직격인터뷰] 이정현 최고위원 "하루에 48번 대통령 전화 받은 적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예산 폭탄? 말씀드릴 수 없다. 다른 분들이 배아파한다."

"국회 총정리하고 싶다. 스스로 개혁은 70년 돼가도록 못했다."

"내년 총선 청와대 공천? 택도 없는 소리다."

"청와대에서 폭탄주 마셔야 소통인가? 하루에 대통령과 48번 전화한 적도 있다."

"나는 대통령께 급하게 보고해야할 상황 아니어도 대통령께 전화를 수시로 건다. 비서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과의 '직격인터뷰'에서 쏟아낸 발언이다.

이 의원은 19일 2시 반 중앙일보 인터넷방송 ‘직격인터뷰’에 출연해 “박대통령은 ‘불통’이 아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소통 방법도 스타일”이라며 박 대통령을 적극 변호했다. 대면보고가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면보고보다 전화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밖에도 내년 총선과 국회 개혁 등 여러가지 정치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밝혔다. 지난달 “국회가 그대로 까발려지면 뭇매를 맞을 것이다”며 ‘망치정치’를 언급한 이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도 “국회 출범 70년 전에 국회를 총 정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매년 정책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외부에서 감시하는 것을 덮고 기득권을 유지해왔다. 너무 잘못된 관행과 의식이 보편화됐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 18년 만에 나온 여당 국회의원이다. “미치도록 일하고 싶었다”는 그는 선거 이후에도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돌아다니며 주민과 접촉한다.

이번 직격인터뷰 19회에서 그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에 대한 의견을 가감없이 밝혔다. 또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비박, 박근혜 대표와 김무성 대표가 결국은 격돌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이정현 의원과 강찬호 논설위원의 주요문답.

-국회의원 당선 후 1년이 지났다. 감회가 새로울 텐데.
“지난 1년 한결같았다. 아침에 눈뜨면 60815란 숫자를 혼자 되뇐다. 내가 얻은 표다. 순천 시민과 곡성 군민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 선거 때 ‘제가 1년 반 동안 써먹고 마음에 안 들면 그때 쓰레기통에 버려주십시오. 한 번만 써 봐 주십시오’라고 애절하게 얘기했다. 쓰레기통에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 지난 1년 동안 제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혼신의 노력하며 지역주민들과 접촉을 하고 노력했다.”

-이정현 의원을 뽑은 100명에게 물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뽑은 것을 후회 안한다고 하더라. 이후에도 지난 1년 동안 자전거를 몰면서 주민 얘기를 듣는다고 하더라. 하루 일과는.
“식사는 일반 기사식당이나 작은 식당에서 하거나 구내식당이나 복지회관 배식하는 데서 하면서 사람과 접촉한다. 시간이 나는대로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거닌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없다. 자전거를 타면 구멍가게의 주인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언제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민원현장에서 많은 얘기를 듣는다.”

-‘예산 폭탄 떨어뜨리겠다’고 했다. 또 의대를 유치한다고도 했다.
“순천시 공무원들이 ‘정말 이런 적이 없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곳곳에서 워낙 다양한 형태의 예산을 유치해 많은 사람들이 ‘정말 일 많이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내가 하는 것은 그저 예산 끌어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필요로 하는 사업에 대해서 그 사업의 당위성을 누구보다도 잘 만들어서 설명한다. 이 사업이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준비해서 절절하게 얘기를 잘 하고, 그래도 통하지 않으면 자료를 만든다. 중요한 것은 그 사업이 얼마나 필요하고 절실하고 효과가 있을지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다.”

-규모는.
“그것은 말씀드릴 수 없다. 다른 분들이 배 아파한다.”

-내년 총선이 다가온다. 작년에는 야당 내분이 있었다. 내년 야당 문제가 해소되면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
“상대가 누구냐는 절대 따지지 않는다. 작년 선거 기간에 신문도,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보지 않았다. 상대 후보가 나에게 어떤 비방을 하는지 절대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유권자만을 상대로 해서 마음을 얻는 데 최선을 다 했다. 그렇게 해서 마음을 얻는다면 선거구도가 어떻게 되든, 지역이 어떻게 되든 가리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작년에는 한 달 반 준비를 했지만 이번에는 일 년 넘게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진정성을 보여드렸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든 개의치 않고 있다.”

-자신감이 넘친다.
“마을회관에서 자고, 3~4시간 막걸리 토크를 하고,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면 순천 호수공원 풀밭에 간다. 사람들이 ‘이정현 의원은 토요일 오후 2시면 누구든 만날 수 있다’고 하더라. 태풍이 불거나 돌풍이 불거나 사건 사고가 났다하면 예외 없이 나는 비행기 타고 내려가서 주민과 대화한다. ‘팔십 평생 살아오면서 이런 국회의원 처음 봤다’는 말도 듣는다. ‘정말 우리 국회의원으로 출마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듣고. 그래서 보람을 느낀다. 어쨌든 모든 걸 떠나서 작년에 기적처럼 당선을 시켜준 유권자들에게 보은, 순천보은, 곡성보은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뛰었다.”

-박 대통령의 임기 중 중책을 맡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하는데.
“장관 발탁이야 인사권자가 하는 거라 내 의지와는 관계없다. 정치권에 있으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지역구도를 깨는데 큰 역할을 하고 싶고, 70년 다 돼가는 국회에서 관행·의식·시스템 등 개선할 것이 너무 많다. 국회 출범 70년 전에 국회를 총정리하고 싶다.”

-성 스캔들·현금 수수·청탁 등으로 국회 도덕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바로 지난달 이 얘기를 하면서 ‘국회가 그대로 까발려지면 뭇매를 맞을 것이다’라고 ‘망치 정치’를 얘기했다. 이런 사태를 예견한 건가. ‘총정리한다’면 어떤 형태인가.
“예견이 아니다. 정말 우리 국회 나쁜 게 그 점이다. 국회에 소속된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쇄신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 개혁 기회를 덮고 빼앗아 기득권을 유지하는 잘못된 관행과 의식이 보편화됐다. 나는 누구를 지적한 것이 아니고 그런 현상을 지적했다. 이것을 방치하는 한 대한민국은 절대 발전할 수 없다. 2018년이면 국회가 출범한 지 70년이 된다. 3년 남았는데 이 3년 동안 외부인사와 함께 국회의 모든 것을 진단해야한다. 아주 객관적인 외부인사와 함께 진단해야한다. 그냥 서류로 해서는 안 된다. 정보가 다 공개돼야 한다.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얼마나 잘못됐고 끼리끼리인지 국민이 제대로 알게 될 것이다. 스스로에겐 70년을 맡겨도 안됐다.”

-국회의원 돈 문제도 투명해야하는지.
“당연하다. 각종 회의부터 시작해서 운영되고 있는 공청회 세미나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의원외교라는 핑계를 대고 천문학적인 돈을 쓴다. 외교가 해외 관광이 되는 것이다. 그러고 와서 일이라도 제대로 되면 상관이 없다. 국회가 너무 졸속이고 깊이가 없고 형식적이다.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이게 공개하는 수준으로는 안 될 것 같다. 국회를 해산해버린다던지 초강수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는데,
“방법이 다양하지만 초강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3년 동안 국민과 대변화하지 않으면 스스로는 절대로 변할 수 없다.”

-재선의원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한다면 내년 총선 이후에 3선으로 그런 일을 할 생각이 없나.
“직위에 집착하지 않는다. ‘망치정치’를 말했지만 정말 두들겨 깨지 않고는 변화할 수 없는 나쁜 관행과 비정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무엇이든지 마다하지 않겠다.”

-심학봉의원은 어느 정도 잘못이 있고 윤후덕 의원, 박기춘의원도 잘못을 시인했다. ‘단순히 탈당과 불출마로는 부족하고 사퇴해야한다’는 말이 있는데 세 의원의 거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드러난 한 부분에 대한 처벌로 끝나는 것이 문제다. 그런 환경, 여건들이 다른 의원들에게도 개연성이 있다면 환경·시스템을 바꾸고 제동를 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말이 뜨겁다. 오픈프라이머리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고 하는데.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 모든 제도가 다 그렇듯 문제가 있다. 그 문제는 개선하고 고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특정 정당만 하게 되면, 당연히 상대 당의 사람의 지지자들이 상대 당에 후보 경선에 취약한 사람 쪽으로 참여를 해서 밀어버리고 역선택을 할 수 있다. 2%, 3% 차이로 경선을 한다면 다른 한 쪽에서 밀면 100%가 될 수도 있다. 비용도 문제다. 전국에서 실시하면 수백억씩이 들게 된다. 특정 정당에 돈을 밀어줄 수는 없다. 정치는 심판을 하고 물갈이 하고 교체를 하자는 것도 있다. 아까처럼 지명도가 높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바로 그런 지역에서의 경선을 하면 당연히 이름이 많이 알려진 사람이 되기 쉽다. 미국의 경우 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하는 주에서 현역이 97%나 된다. 우리나라도 93%나 시뮬레이션으로 되더라. 그렇다면 정치신인, 최고 전문가들이 유입되기 어렵다. 요즘같이 복잡한 세상에 과학전문가·복지전문가· 노동전문가·여성전문가·환경 전문가등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다 떨어지고 지역 사회의 많이 알려진 사람만 정당에 많이 들어온다면 정치의 질 저하가 일어나서 우리 정치가 전체적으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방법을 찾아서 보완을 해야지 손을 놓고 ‘오픈 프라이머리 하네, 마네’하고 있다가 선거 닥쳐와서 시간 여유가 없어서 못했다고 이렇게 넘어가면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대위원장 할 때도 그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야당이 거부해서 실시가 안됐다. 지금도 부분적으로는 상향식 공천이고 국민 공천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전 국민을 상대로 해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뽑도록 참여하게 하는 것이고, 폐쇄형은 완전히 새누리 당원 전체가 뽑는 것이고 준 개방형은 국민 일부와 당원 일부가 참여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일부 시행되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실시되고 있고 대선후보들은 그렇게 뽑고 있다.”

-(국회의원 공천에서) 청와대의 영향력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식의 뜻을 가지고 있다면 사실 2004년에 탄핵 역풍 때 23일 남겨놓고 당 대표를 맡았을 때 공천권을 행사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공천 참여했던 모든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당 대표가 이렇게 공천권에 손을 놓고 있을 수 있겠냐’고 했었다. 지방 선거 때도 마찬가지로 최초로 박근혜 대표 시절에 각 시도별로 선관위를 구성해놓고 전폭적으로 다 맡겼다. 하물며 지금 대통령을 하고 있는데 새누리당, 전체 국회 도움을 받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데 누구를 공천해서 내 사람을 만들거나 할 수는 없다. 지명도가 높고 지역에서 많이 알려져 있는 사람인데 소위 ‘친박’이라고 알려진 사람 정도라고 한다면 자기 지역에서 굉장히 많이 알려진 사람이고 지금까지 자기 힘으로 당선된 사람일 텐데, 오픈프라이머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그 사람들이 공천 받아 당선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굉장한 오해라고 생각한다. 택도 없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간에서는 은연중에 친박 공천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막 당선 됐을 때도 공천이 안 됐다. 그런 식으로 연관을 시키면 한 사람도 떨어뜨리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공천 물갈이를 할 필요가 없다. 지금 있는 사람에게 임명장 줘서 공천하면 되는 거다.”

-내년에 청와대가 공천에 관여하지 않는 건가.
“택도 없는 소리다. 내가 아는 박근혜 대통령 성품상으로 그렇게 할 리도, 이유도 없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전체 지지를 받아야만 법안 하나라도 통과를 하지 어떻게 친박 몇 사람을 데리고 하겠는가.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친박의 도움을 위주로 정치를 하려고 했다면, 당선되고 나서 지금까지 가장 힘있는 동안에 이런 식으로 친박을 챙기지 않아서 소위 언론이 말하는 ‘비박’이 모든 것을 다 장악하는 상황을 만들어 냈겠는가. 과거 정권에서는 ‘친노다’, ‘동교동계다’, ‘상교동계다’ 또는 ‘친이다’ 했을 때, 어느 힘있는 사람이 ‘집합’하면 100명씩, 120명씩 집합했다. 요즘 친박이 그렇게 집합하고 몰려다닌다는 얘기 들었나. 대통령이 아예 계파나 파벌정치에 대해 워낙 단호하게 말해서 친박들이 뭉치지 않고, 당내에서 파벌·계파 정치가 없는 것이다. 만약 친박만 챙긴다면 지금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이 상황 속에서 친박 우산 속에 들어오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 할 것도 아닌데 그러면 이명박 전 대통령하고 순장하려고 ‘친이’로 줄을 서겠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예외인 것 같다. 유 전 원내대표는 ‘비박화’됐다가 어떻게 보면 청와대랑 엇박자가 나서 물러나는 형국이 됐다. 결국 박 대통령 입김이 작용했다고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
“사실 김무성 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 시절 사무총장이었고 이 분이 비서실장이었다. 비서실장이 사무총장을 친박이거나 아니라고 한다고 하면 그걸 어떻게 해명해야 되겠는가. 유 전 원내대표의 경우, 어쨌든 거부권 행사가 있었고 국회의원 소속 의원들이 한 때는 전부 찬성했다가 한 때는 전부 반대를 해야되는 이런 상황을 연출했다. 정치권에서는 어떤 상황에 대해서 책임을 많이 진다. 홍준표 당 대표도 대표하던 시절에 유승민 그 당시 최고 위원이 책임져야 된다고 해서 당 대표 그만뒀다. 최고위원 시절 당 대표를 사퇴시키기 위해서 본인이 최고위원 사퇴를 하면서 책임을 지게 하지 않았나. 그 전에도 그런 경우가 많다. 박근혜 대표가 야당 시절에 열린 우리당 대표가 2년 3개월간 8명이 바뀐 적이 있었다. 책임을 져야하는 정치권에서는 그것이 고정석이 아니라 항상 회전의자다.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는 것이지, 그걸 대통령이 어쩌구 하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원총회 분위기를 그분도 수용했다. 그게 정치인 것이다. 정치는 각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다시 진출하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에 그래서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 침묵을 지키다가, 북한 지뢰 도발이 터져서 친박 비박의 책임론을 물었다.
“그게 어떻게 비박의 문제인가. 국회의원의 어떤 현상·정책·사건·사고에 대해서 의견을 낼 수 있는데, 비판을 전혀 하지 않으려면 뭣 때문에 국회에 오나. 비판과 견제를 할 수 있는데, 그 때 내가 했던 얘기는 북한의 소행이지만 입증을 하고 조사를 해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아니면 어떡하나. 천안함도 사실이지만 과학적인 증거를 대기 전까지는 바로 발표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이번에 지뢰도 마찬가지였다. 4일 그런 사건이 났고 다 의심은 가지만 그러나 거기가 UN과 미국과 합동으로 관리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6~7일 날 합동조사를 했다. 그래서 결과를 분석해보니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해져서 8일에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다. 2007년 이후로 대북방송을 시작했다. 대북방송을 북한이 굉장히 싫어한다고 한다. 그것을 공격하겠다고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전군이 비상상황이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정치인들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군 지휘관들한테 대고 ‘미친 짓이다’하며 공격·비난하고 흔들어대면 그게 맞는 건가. 매사엔 때가 있다. 어느 정도 비상상황이 가라앉은 뒤에 어떤 문제점들을 충분히 조사를 하고 문제를 제기 할 수 있다. 지휘관들을 정치인들이 개차반 만들어놓으면 진두지휘가 어떻게 미치겠는가. 권위가 서겠나.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꼭 정치적으로 하는 것만이 비판이냐는 얘기다. 얼마든지 비판이 가능하고, 비박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친박도 잘못된 것은 공격해야한다. 그러나,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친박과 비박이 설전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언론이 잘못 보고 있다는 것인가. 그런데 언론이 가장 흥미롭게 보고 있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비박, 박근혜 대표와 김무성 대표가 결국은 격돌할 것이다’ 이런 예상을 많이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만일의 경우에, 그런 상황이 되면 ‘자멸’이다. 무엇 때문에 대결을 하고 그런 식으로 하는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뒤, 과거 대통령에 비해 정치권을 자율에 맡기고 거의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온갖 말들이 많고 정치권에 얼마나 많은 발언과 설화를 일으켜서 대립·갈등·분열을 조장을 해오지 않았나. 이 정권에서 단 한 가지라도 그렇게 해서 정치권이 싸운 적이 있었는가.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거고, 국회는 국회의원들이 모든 걸 인정하는 것이고, 대통령은 국정 운영을 하면서 국회의 도움이 필요할 때 얘기하는 것이다. 국회에서 만들어 온 것이 위헌의 논란이 있다고 한다면, 그런 논란이 있는 것을 대통령이 거기에 사인해서 헌법질서를 흔들면 되겠는가. 그런 부분에서 어떤 쟁점이 되는 것이지, 과거 정권처럼 노골적으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없지 않는가. 지금 김무성 대표도 그런 의지를 갖고 ‘나는 당 대표로서 당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여러 번 선언했다. 역선택의 문제라던가 자금의 문제를 대표도 알 것이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이것을 함께 얘길 나누는 것이지, 이게 어떻게 계파의 문제고 청와대의 문제인가.”

-김무성 대표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을 여러 번 봐왔다. ‘내년 공천은 아마도 오픈 프라이머리를 순수하게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니까 그것을 보완해서 어떤 형태로든 간에 상향식 공천으로 되게 하고, 청와대나 김 대표의 알력은 없을 것이다‘라는 것인가. 그런 전제 하에 내년 총선, 새누리당이 다수 당 될 수 있다고 보는가.
“모든 판단은 유권자가 할 일인데, 왜 섣부르게 정치권에서 더군다나 자기 자신들의 문제를 유권자가 아직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는데 결과까지 내가 과장해서 판단을 하겠는가. 그런 부분들이 정치권에서 저지르고 있는 정말 겸손치 못한,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일을 여태 함부로 해 온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국민의 마음을 사는 것, 그 일만을 해야 한다.”

-박 대통령 말이 나왔으니 하나만 더 물어보겠다. 국민이 소통에 대해서 답답해하는 것 같다. 청와대에서 홍보수석, 정무수석도 다 지냈고 지금도 박대통령의 심중을 많이 알고있지 않나. 지뢰 때도 대면보고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고, 메르스나 세월호까지 이 항상 불통의 문제가 있었다. 이 부분을 대통령이 어떻게 하고 있다고 보는가.
“‘소통이다, 불통이다’하는 것은 스타일이라고 본다. 지구상에 수도 없이 많은 지도자가 있었고, 그 지도자들이 자기 방식의 소통을 해왔다. 각자가 자기들이 내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결과다. 그 많은 국민이 뭔가에 대해 공감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17대 총선 때 탄핵 열풍, 차떼기 때 새누리당 20~30명도 당선이 못 될 것이라고 하는 시절에 23일을 남겨놓고 당 대표를 만나서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손이 퉁퉁 붓도록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래서 121석을 얻었다. 국민 소통의 결과다. 지난 19대 총선 때 ‘여소야대 불을 보듯 뻔하다’고 했다. 그런데 새누리당 153석을 얻었고, 그 때 모든 선거를 지휘했던 사람은 비대위원장 박근혜였다. 국민과의 소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지도자가 어떤 한 사건을 갖고 누구를 만나고 안 만나고를 소통이라고 한다면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관저에서 폭탄주 마시고 노래 불렀다는 것이 소통인가. 그런 게 소통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소통하는 사람도 있겠다. 결국 그걸 과시하면서 권력이라고 가깝다는 것으로 줄서고 비리 저지르는 것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도자의 소통은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원칙 정도로 하는 것이다. 그것을 제도화 하고 누구나 보편적으로 다 공감할 수 있게 해서 국민이 인정할 때 소통이라고 하는 것이다. 대면보고? 청와대에 있을 때 가장 대통령 전화를 많이 받았을 때가 48통이었다. 궁금하면 또 묻고, 또 묻고, 다시 확인하기도 한다. 만약 대통령을 48번 만나러 다녔다고 생각해보라. 대통령이 이정현만 상대하나. 얼마나 많은 수석과 얼마나 많은 외부 손님과 장관을 상대하는데, 48번을 내가 대면보고 하러 만나러 다녔다고 생각해보라. 일반 장관들이 대전에 있고 지방에 있는데 대면보고 한다고 부르면 다 해결되겠는가. 부르고, 또 부르고 하면 대통령은 언제 일 보고, 그 장관은 언제 일 하나. 장관이 그렇다고 바로 오겠나. 1시~2시에 종합청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직원들 데리고 서류 준비해서 와야 한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대통령한테 대면보고 직접 안하면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게 되면 효율이냐 이것이다. 방법론에 있어서 소통하는 방식은 대통령 스타일이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이해가 된다. 다만 본인이 급할 때는 대통령께 전화를 걸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제발, 정말로 내가 꼭 증언을 하겠다. 나 뿐 아니라 다른 수석도 마찬가지지만 대통령에게 급하게 보고해야할 상황 아니어도 대통령에게 전화를 수시로 건다. 비서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받는다. 김관진 안보실장도 그런 것을 많이 봤다. 그렇게 해서 수시로 전화가 가능하고 언제든지 전화를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어떤 것까지 이야기를 하느냐면, ‘내가 오늘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데 굉장히 일리있는 얘기를 했다. 정말 개선해야 할 문젠데 내 힘으로 안될 것 같은 상황이다’하는 것을 그 때마다 수첩에 적는다. 대통령이 지시를 하던지 내가 전화를 하던지 한다. 맘대로 통화를 하고나서 맨 뒤에 대통령이 꼭 묻는다. ‘뭐 다른 별 일 없으세요?’ 그럴 때 내가 수첩에 적은 것을 말한다. 언제 대면할 때까지 기다리나. 대통령이 30분 뒤에 바로 피드백이 온다. ‘그건 그냥 놔두시죠. 그건 알아봤더니 좀 다릅니다’ 혹은 ‘그건 내가 누구한테 지시를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왜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식으로 말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전화를 받을 수는 있지만 장관이나 수석이 자기가 급할 때 대통령에게 자기가 전화를 걸지 못하게 되어있다는데, 그게 아니란 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부속 실장도 거치지 않고 직접 받는다. 만약 받을 수 없는 상황이거나 해서 전화를 하지 못하면 다시 전화가 온다.”

-그렇다면 잘못된 보도로 이해를 충분히 하겠다. 장관과 수석들이 대통령과 활발하게 소통을 해왔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지역구민이나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 있다면.
“선거 때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이 ‘내가 여러분의 심부름꾼, 머슴이 되겠다’고 얘기했다. 선거 때 많은 사람들이 유세를 하다가, 당선되어 축하 목걸이를 거는 순간 바로 높은 사람으로 변하고 권위주의적으로 변하는 것을 봤다. 저는 1년 내내 그것을 가슴에 새기고 심부름꾼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도 늘 그런 마음을 갖고 노력을 하겠다. 늘 받들어 모시는 정치를 하고 싶다.”

정리 김하온 기자ㆍ박양원 인턴기자 kim.haon@joongang.co.kr
촬영 김세희ㆍ김상호ㆍ이정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