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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얇아진 고객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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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현대백화점은 지난 한달간 판 전체 의류 가운데 바지.니트.스커트 등 단품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 기간 중 정장류의 판매비중은 겨우 3%에 불과했다. 단품이란 상.하의를 같은 색상과 재질로 입는 정장이 아니라 바지.블라우스.셔츠.스커트 등 다른 옷과 조합해 입을 수 있는 옷이다.

현대백화점 이상구 과장은 "최근에는 결혼 예복이나 취직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정장을 사는 고객이 거의 없고 대부분 단품으로 구매한다"고 말한다.

'단품 패션'이 유행이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더 얇아진 소비자들이 옷차림을 경제적인 단품으로 입는 추세다.

상하의 한벌에 30만원이 넘는 정장 대신 단품으로 입으면 여러 벌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데코'매장의 이윤숙씨는 "정장 가운데 상의와 하의를 따로 구입하는 사람이 최근 부쩍 늘었다 "며 "집안에 있는 다른 옷과 조화를 고려하며 옷을 고르는 손님들도 많다"고 말했다.

◇'부조화 패션' 바람='화려한 치마에 트레이닝복 스타일의 재킷''트레이닝 바지에 꽃무늬 블라우스'.

최근 주요 백화점 쇼윈도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의와 하의를 걸친 마네킹이 자주 눈에 띈다.

수영복에도 이 같은 패션 바람이 일고 있다. 올 수영복 유행은 색깔과 재질이 전혀 다른 비키니 상.하의가 많다. 흰색 하의에 파란색 상의, 진소재 하의와 니트 소재 상의 등을 조화시킨 제품 등이 등장했다. 각각 다른 제품의 상.하의끼리 섞어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또 비키니 수영복과 한 세트로만 팔던 랩스커트(수영복 하의 위에 걸쳐서 멋을 내는 옷)를 단품으로 살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비키니 상의 위에 입는 조끼도 따로 살 수 있게 됐다.

◇재킷 패션이 유행=회사원 정민철(32.서울 동소문동)씨는 올 여름 재킷을 두벌 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0만원 이상하는 정장을 주로 샀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경제 사정을 고려해 재킷을 고른 것이다. 대신 좀 싼 가격의 바지를 세벌 구입했다. 출근할 때는 와이셔츠만 입고 나선다. 새로 산 재킷은 회사에 두고 특별한 만남이 있을 때만 입는다.

박씨처럼 남성 직장인들도 알뜰한 옷입기가 늘면서 단품 패션이 유행이다. 가장 인기있는 재킷 색상은 남색과 베이지색이다.

바지 색상에 구애받지 않고 입을 수 있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바지는 10만~20만원의 정장 바지보다 4만~6만원짜리 바지가 많이 팔린다.

주요 백화점들은 이를 겨냥해 각종 '단품 대전'행사를 앞다퉈 열고 있다.

신세계 미아점의 경우 최근 4층 특설 매장에서 '남성 신사 하의전'을 시작했다. 갤럭시.캠브리지.피에르가르뎅.트래드클럽 등 유명 브랜드의 신사복 하의만 파는 행사다. 신사복 바지를 4만~6만원대에 판매하는 이 행사에는 주부.직장인 등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다.

◇여름용 니트 가디건은 필수품=올 여름 여성패션 필수품으로 니트 가디건이 떠올랐다. 현대백화점에서 지난 한달 동안 판 의류 매출 가운데 니트가 26%로 1위를 차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가의 정장 재켓보다 값싸고 다른 옷에 받쳐 입기가 좋기 때문이다. 간단한 티셔츠나 블라우스 등에도 잘 어울린다.

또 바지나 셔츠.원피스 등과도 함께 입기 편하다. 지난해 봄과 여름에 걸쳐 여성복 매장을 가득 채웠던 정장류는 올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신세계백화점의 손문국 과장은 "최근 싸고 두루 입기 편한 단품 제품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바이어들의 숙제가 될 정도"라고 말했다.

글=박혜민,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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