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심 46조 투자” 보고에 … 최태원 “더 빨리, 더 많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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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7일 서울 서린동 SK그룹 본사에 출근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으로 화답하고 있다.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뒤 연사흘 출근한 최 회장은 ‘더 많은 투자’ ‘더 신속한 집행’을 강조했다. [뉴시스]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46조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입니다.”(정철길 SK그룹 전략위원장)

 “투자시기를 앞당기고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투자도 확대하세요.”(최태원 회장)

 2년7개월 간의 수감생활을 마무리하고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최태원(55) SK그룹 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통한 사회적 기여를 강조하고 나섰다. 최 회장은 17일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협의회) 산하 7개 위원회 위원장과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등 17개 주요 계열사 대표가 참석한 확대 경영회의를 열고 경제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확대경영회의는 2013년 1월 이후 처음”이라며 “그만큼 경제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와 절박함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회의는 오전 11시30분부터 40분 가량 이어졌다. 최 회장은 “어려울 때 기업이 앞장서 투자를 조기에 집행하고, 당초 계획보다 확대하는 게 경제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길”이라고 주문했다. 또 그는 “경영 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동안 기업은 사회양극화, 경제활력, 청년실업 등의 문제와 별개가 아니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막중한 책임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선 SK그룹이 준비하는 구체적 투자 방안도 나왔다. 먼저 SK하이닉스는 추가 장비투자와 2개 공장 신규증설 등에 46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회공헌활동도 대거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이문석 사회공헌위원장은 “협력업체들과 SK의 사회공헌 인프라를 공유하는 방법을 마련하겠다”며 “독립유공자를 비롯해 선배 세대들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룹 주력인 SK이노베이션 대표를 겸하는 정철길(61) 전략위원장은 “재계 3위 그룹으로서 대규모 투자를 선도해 경제 주체들의 심리 회복은 물론,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기업 풍토 만들기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회의 내내 ‘더 많은 투자’와 ‘더 신속한 집행’을 강조했다고 SK그룹은 전했다.

 또 최 회장은 이날 SK그룹 8만여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글에선 장기간 수감 생활을 통해 느낀 절박함이 절절히 묻어났다. 특히 그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해 발 빠른 적응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제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외부 환경은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아직 몸과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상태이지만 빠른 시간 내에 간극을 메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잠시라도 쉴 시간이 없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SK그룹 측은 “이날 회의에서 최 회장은 자신의 사면에 대해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온 선배세대와 국가유공자,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기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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