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와 원유 주거니 받거니 … 미국 수출금지 40년 만에 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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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구멍이 뚫렸다. 미국 원유 수출 금지 장벽이 무너질 조짐이다. 미국 상무부는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가 자국에서 생산한 중질유를 미국산 경질유와 교환하자고 요청해왔다”며 “이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14일(현지시간) 의회에 보고했다.

 미국산 원유가 교환방식이기는 하지만 수출된다. 1975년 이후 40년만이다. 미국은 1차 오일쇼크가 시작된 지 2년 만인 그해 원유를 수출금지 품목으로 분류했다. 지금은 캐나다 석유회사들만이 정유한 뒤 휘발유와 디젤을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조건으로 미국산 원유를 사들이고 있을 뿐이다.

 미국-멕시코 원유 교환은 엄밀한 의미에서 수출은 아니다. 굳이 미국 의회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75년 이후 40년만에 이뤄진 수출이다. 원유 수출 재개로 이어질 단초가 될 수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거래는 멕시코의 9개월에 걸친 노력의 결과다. 요즘 멕시코에선 대부분 중질유가 생산된다. 미국산 경질유를 사다가 중질유와 섞으면 정유회사들이 비교적은 적은 비용으로 휘발유를 생산할 수 있다.

 최근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나고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보이자 미국산 원유의 새로운 수요처를 찾을 수 있도록 원유 수출 금지법을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 의회는 올해 말 수출 법안을 처리할 움직임이다. 상당수의 의원들이 원유 해외 수출을 지지하고 있다. 실제 미국산 원유 수출이 다시 시작되면 국제원유 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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