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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쿡쿡 쑤시고 뒷목 통증 … 불황 땐 ‘긴장형 두통’ 급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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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 22면

중앙포토

세입자와 집수리 문제로 감정이 상한 한모(54·여)씨는 오후가 되면 뒷머리가 조이면서 쿡쿡 쑤셨다. 두통약을 먹어도 그때뿐,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러다 혈압이 올라 쓰러질까 걱정이 된 한씨는 병원을 찾았다가 스트레스성 긴장형 두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두통은 대부분 사람들이 경험하는 증상이다. 그중에서도 스트레스와 연관이 깊은 긴장형 두통은 성인 3명 중 1명이 겪는다. 2009년 국내 역학조사에 따르면 긴장형 두통의 1년 유병률은 30.8%, 서구권 역학조사의 평생 유병률은 78%로 나타났다. 성인 3명 중 1명은 1년에 한 번 이상 긴장형 두통을 경험하고, 10명 중 8명은 평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한다는 의미다.
국내 한 대학병원이 경기가 좋았던 2006년과 경기불황이 시작된 2008년의 두통 환자수를 비교한 결과, 긴장형 두통 환자수는 2006년 1339명에서 2008년 1866명으로 39.4% 증가했다. 이 가운데 경기불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30~50대 환자수가 2006년 858명에서 2008년 1056명으로 23.1% 늘어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긴장형 두통 환자수 자료(2010~2014년)에 따르면 5년 평균 환자수 44만431명 중 30~50대 환자가 55.6%(24만4686명)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성인 3명 중 1명이 겪는 스트레스성 질환

머리 주변 근육 수축하면서 통증 나타나
긴장형 두통은 머리 주변 근육이 지속적으로 수축하면서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흔히 뒷머리나 옆머리가 뻐근하거나 조이는 증상을 겪는다. 사람에 따라 앞머리가 맑지 않거나 무거운 느낌을 가지기도 한다. 두통이 심해지면 머리가 쿡쿡 쑤시면서 뒷목이나 어깨 주변 부위의 압통까지 생긴다. 긴장형 두통이 늘어나는 원인은 과도한 스트레스, 긴장, 수면·운동 부족 등을 꼽는다. 장거리 운전을 하거나 장시간 모니터를 보는 경우에도 목과 머리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돼 두통이 생길 수 있다. 두통은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오후나 저녁에 주로 나타난다.
평소 술·담배를 많이 하고 혈압이 높은 강모(46·남)씨는 최근 업무 스트레스가 늘면서 뒷머리가 뻐근하고 조이는 증상을 느꼈다. 아버지와 삼촌이 뇌졸중 진단을 받은 적이 있어 갑자기 쓰러지지 않을까 겁이 나 신경과를 찾았더니 긴장형 두통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충분한 휴식과 운동을 권유받은 강씨는 틈틈이 근육을 이완하는 스트레칭을 하면서 술·담배를 조금씩 줄여나갔다. 2주 후 두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전보다는 강도가 덜했다.
두통이 오래가면 뇌졸중의 전조증상으로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 진단은 두통보다는 신경 이상 증상이 더 중요하다. 대표적인 신경 이상 증상은 마비(한쪽 팔·다리, 안면, 언어), 어지럼, 물체가 잘 안보이거나 겹쳐보이는 현상 등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중장년층, 두통 심하면 뇌질환 의심
신경 증상이 없더라도 일부 두통은 심각한 뇌질환을 알리는 적색신호다. 발열이나 구토 동반 두통·새로운 두통·벼락두통은 뇌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열은 뇌의 염증이나 신체부위 감염으로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속이 울렁거리거나 구토를 한다면 뇌 영상검사로 뇌압을 확인한다.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한 벼락두통은 뇌출혈로 이어지기도 한다.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이 이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새로운 두통이 지속되면서 점차 심해지는 것 같다면 뇌종양이 아닌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혈압이 오르면 머리가 아플 거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고혈압으로 생기는 두통은 생각만큼 흔하지 않다. 고혈압은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최소 수개월에 걸쳐 혈압이 서서히 오르기 때문에 혈압이 극도로 높지 않으면 증상이 없다. 평소 고혈압이 없던 사람이 뒷머리가 뻐근하면서 수축기 혈압이 150mmHg 정도라면 혈압으로 두통이 생겼다기보다는 두통이 생겨 일시적으로 혈압이 오른 경우다. 고혈압으로 생긴 두통은 대개 수축기 혈압이 180mmHg 이상으로 고혈압이 심할 때 나타난다.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면서 울렁거림이나 구토 증상이 있고 수축기 혈압이 200mmHg 이상으로 오른다면 뇌부종이나 뇌출혈을 일으키는 ‘고혈압성 뇌증’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 긴장형 두통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증세가 좋아진다. 그렇다고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험이 많은 신경과 의사들도 두통 환자를 진료할 때는 항상 긴장한다. 환자 스스로 두통의 원인을 진단하고 약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긴장형 두통도 초기에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만성두통으로 발전해 치료가 어렵고 약물 과용 같은 문제도 뒤따른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진통제를 주 2회 이상 장기 복용하면 약에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지고 만성두통이 되기 쉽다. 두통이 지속된다면 평소 생활습관과 두통이 나타나는 시기와 진통제 복용 횟수 등을 기록하고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구자성 객원 의학전문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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