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위안부 소송 계속 무시 … 정부가 나서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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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 정부를 상대로 2년여간 힘겹게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10명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부가 나서 도와달라”는 호소가 담긴 편지를 보냈다.

 할머니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맡고 있는 김강원 변호사는 12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민사조정신청 사건에 대한 정부의 협조 요청’이란 제목의 서한을 우편으로 지난 1일 청와대(세종로 1번지)로 발송했다”며 “할머니들 부탁으로 서한을 대신 작성했다”고 말했다. A4용지 5장 분량의 서한에서 할머니들은 “저희가 2013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민사조정신청서를 일본 정부가 계속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피해 당사자인 저희를 도외시한 채 위안부 문제를 한국 정부와 한·일 간 현안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민사조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일본 에 출석을 제의하고 조정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한국 정부가 나서면 일본 정부가 최소한 민사조정신청서를 수령은 하지 않겠느냐는 절박함이 담겼다.

 배춘희 할머니 등 10명이 법원에 손해배상 조정을 신청한 건 2013년 8월이다.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위안부로 끌려갔으니 일본 정부가 1인당 위자료 1억원씩을 배상하라”면서다. 법원은 일본 정부에 조정에 응할지를 묻는 요청서를 보냈으나 2년간 세 차례나 반송했다. 2014년 1월에는 자국법상 송달 절차 하자를, 7월엔 국제민사사법공조법상 헤이그송달협약 규정 위반을 이유로 들었다. 우리 측이 요건을 갖춰 지난 5월에 다시 보냈으나 또다시 수령은 거부됐다. 헤이그송달협약 13조를 들어 ‘한국 법원의 주권이 일본에까지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조정 절차에 따라 6~7월 두 차례 조정기일을 열었지만 일본 정부 측 대리인이 불참해 조정이 무산됐다. 김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철저히 무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며 “정부와 할머니가 공동 보조로 일본 정부에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최모(80)씨가 낮 12시50분쯤 분신을 시도했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8월 14일)을 맞아 1000여 명이 모여 추모공연을 하던 참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는 얼굴과 가슴 등에 3도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며 “분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수요집회 주최 측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따르면 최씨는 광주광역시에서 근로정신대 관련 활동을 해 왔고 한 달에 한두 번 수요집회 참석차 서울에 올라왔다고 한다.

백민정·조혜경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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