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철강 악재, 자동차는 숨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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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절삭공구를 만드는 정태일(72) 한국OSG 대표는 최근 위안화 가치 절하 때문에 머리를 싸맨 경영자 중 하나다. 100% 한국에서 만들어 완제품 형태로 중국에 수출하는 자사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까 걱정돼서다.

 정 대표는 “현재 우위에 있는 품질을 더 강화하고 수출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저(엔화 가치 약세)에 이어 ‘위안화 폭탄’을 맞은 산업계가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중국은 수출 비중이 25%에 달하는 최대 시장이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수출 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올라간다. 반면 중국 수출이 늘어나면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 업체는 이익을 볼 수 있다. 중국산 원자재·제품도 상당량 수입하고 있어 업종별 온도 차가 크다.

 스마트폰·TV 같은 정보기술(IT) 가전제품군에서 화웨이·샤오미·레노버 같은 중국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자업계는 가격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후발 주자인 중국이 저가 공세로 추격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최근 국내 건설경기 부양에 따라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중국산 물량이 쏟아질 것을 우려했다. 철강사 관계자는 “엔저와 마찬가지다. 위안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다만 달러화 대비 원화가 동반 약세일 경우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수주 경쟁이 치열한 조선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액화천연가스(LNG)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인 대형 조선사와 달리 중소형 탱커 등에서 중국 업체와 직접 맞붙는 중소 조선업체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자동차업계는 중국 경기 활성화로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 들어 엔저 효과로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등 고전했지만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엔저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해 위안화 변동에 따른 영향도 적다. 현대차 관계자는 “위안화 절하가 경기 활성화까지 이어지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치열한 경쟁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임지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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