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교육청의 성추행 감사는 ‘막장 드라마’ 찍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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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G고교 교사들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가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노조는 10일 김형남 서울교육청 감사관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김 감사관이 술을 먹은 뒤 교사 성추행사건을 조사했고, 감사팀의 부하직원들이 가해자를 두둔한 것처럼 몰아가 감사의 공정성을 해쳤다는 이유에서다. 김 감사관은 또 감사에 참여한 여 장학사의 손을 만졌다는 성추행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대해 김 감사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청 내 부패세력이 외부인사인 나를 길들이려다 비리가 드러나자 음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감사관은 이어 G고교 피해 여교사 4명이 썼다는 호소문까지 공개했다. 김 감사관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그를 옹호하는 부하직원이 피해 여교사들에게 써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감사라는 본질은 흐려지고 외부 출신 감사관과 교육청 내부세력 간의 ‘막장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부교육감을 책임자로 특별조사팀을 꾸려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교육청 노조가 감사청구를 한 만큼 내부 조사로 마무리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감사원·경찰 등 외부기관이 교사 성추행 혐의부터 감사관의 성추행 의혹까지 철저한 사실 조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

 교단의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교육계의 고질적인 ‘제 식구 감싸기’ 관행 탓이 크다. 서울 G고에서 17개월 동안 여교사 10명과 여학생 130명이 성추행·성희롱을 당했지만 학교 측에서 ‘쉬쉬’하는 바람에 시교육청은 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외부 출신 감사관과 교육청 내부의 갈등으로 피해 교사와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는 볼썽사나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만약 성추행 감사까지 부실해진다면 서울시교육청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교사들의 성추행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막장 드라마’까지 펼치는데 어느 학부모가 교육당국을 믿고 자식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