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사실상 ‘빅딜’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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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무성(左), 문재인(右)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빅딜’에 대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사실상 거절에 해당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도입을 강조해온) 오픈프라이머리를 오늘부터 ‘국민공천제’로 이름을 바꾸겠다. 국민공천제처럼 국민과 당원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는 공천 혁명은 정치 개혁의 결정판이므로 다른 제도와 맞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도입을 요구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전문가 영입이라는 비례대표제의 의미가 퇴색하고 의석 수가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실제 적용하기 곤란한 측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문제점을 거론했다. 김 대표는 다만 “야당 대표의 제안인 만큼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우리 실정에 맞도록 조정하는 논의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하자”고 했다. 문 대표에게 역제안하는 형태로 공을 정개특위로 넘겼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자기 당(새정치연합)의 이익만 가지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다가 관철이 안 됐다고 국회 정개특위 논의를 중단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주고받기식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김 대표는 생각하지만 일단 정개특위에서 논의해보자고 한 건 오픈프라이머리의 장점을 부각해 야당이 수용하도록 만들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일괄 타결’ 제안이 무산 위기에 처하자 문 대표는 불만을 표했다. 이날 충남도청을 찾은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의 반응은 무척 아쉽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정개특위로 미뤄버린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개특위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태년 의원도 “새누리당이 대표나 당 차원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정개특위에서 논의해보라고 하는 건 하나 마나 한 소리”라고 비난했다.

 공천·선거 제도 개혁안을 놓고 여야 두 대표가 대치 전선을 그리는 것은 정치적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선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강조해 정치개혁 이미지를 선점하면서 청와대의 공천 입김도 최소화하려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 지역구에 비해 비례대표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김 대표가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로선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명분을 얻을 수 있고 당의 취약 기반인 영남권 공략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김 대표의 빅딜 거부로 여야 지도부 간 협상 가능성은 낮아졌다. 앞으로 정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여야의 입장이 절충될지 주목된다.

김형구·김경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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