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돌연 불출마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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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태호(재선·경남김해을) 의원은 3일 “내년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초심은 사라지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귀가 닫히고 내 말만 하려 하고 판단력은 흐려지고 언어가 과격해지고 말은 국민을 원한다지만 그 생각의 깊이는 현저히 얕아졌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다음은 김태호 의원 기자회견 전문과 일문일답.

<기자회견문>

저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해 겪기 힘든 세월을 겪고 계시는 국민여러분들께 죄송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내년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국무총리 낙마 이후에 당의 부름의 받고 준비할 틈도 없이 김해을 보궐선거에 뛰어들어 터널 앞에서, 시장통에서, 지지해달라는 저를 믿고 저를 뽑아주신 시민여러분들께 용서받기 어려운 결정인 줄 알지만 이 선택이 그 은혜를 저버리지 않을 마지막 양심이자 도리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최연소 군수, 도지사를 거치면서 몸에 베인 스타의식과 조급증, 이런 조급증은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만나게 했고 반대로 몸과 마음은 시들어 갔습니다.

초심은 사라지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귀가 닫히고 내 말만 하려 하고 판단력은 흐려지고 언어가 과격해지고 말은 국민을 원한다지만 그 생각의 깊이는 현저히 얕아졌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비어 가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다음 선거 출마를 고집한다면 자신을 속이고 국가와 국민, 그리고 누구보다도 저를 뽑아 주신 지역구민 여러분들께 큰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세계가 문을 열어놓고 무한 경쟁을 하는 이 새로운 시대에 대한민국이 살아 남으려면 정치도 진정한 실력과 깊이를 갖춘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럽고 힘들었던 지난 세월, 내 어머님, 내 아버님이 눈물로 걸어오셨고 우리 후손들이 당당히 걸어갈 조국의 길에 최소한 걸림돌이 되는 정치인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어느 민족보다 부지런하고 책임감 있는 우리 국민들과 늦은 밤 국회 도서관에서 심혈을 기울여 법안을 준비하시는 동료 의원과 보좌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과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겪으면서도 해맑음을 잃지 않는 우리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서 지금은 정말 힘들지만 조국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그 미래에 어울리는 실력과 깊이를 갖춘 김태호로 다시 설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 보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리고 한없이 고맙습니다.

-최고위원직은 유지하나
"더 성실하게 역할을 할 겁니다."

-향후 정치 구상은
"말 그대로 오늘 회견문 그대로만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정계 은퇴는 아니죠.
"그렇습니다. 더 공부해보겠다는 뜻이고, 지금 이 순간 나 자신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계기가 된 사건이 있나
"제가 20년 정치를 해왔는데, 저를 지지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주변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더 실력과 깊이를 갖춰야된다는 조언이 많았다."

-개헌과 관련된 걸로?
"제가 정치를 하면서 정치적 고려없이 결단을 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 정치적 계산은 없습니다."

-다른 선출직 출마 안한다는건가
"제 스스로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하면 안할 수도 있습니다."

-당 지도부에 입장 전달했나
"오로지 저희 가족들과만 상의했다."

-당 대표와는 얘기안했나
"전혀 모르고 계십니다. 이번 결정은 제가 정치한 이후 처음으로 정치적 고려 없이 결단을 내렸다."

-이 시점에서 당대표 원내대표 부재한 상황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오늘 기자회견 내용대로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대선 행보와 관련된 건가
"제 자신의 실력과 깊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부터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이기 때문에 그런 고려도 없다고 받아들여달라."

-뭘 공부한다는건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바닥 민심 속에서 저 자신을 성찰해보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

-19대 국회 종료 이후 어디 갈지 계획 있나
"아직 없습니다."

-고민은 언제부터?
"좀 오래됐다."

-총선 불출마가 19대 활동에서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나
"반성문에 걸맞게 좀 더 진실되게, 사심없이 남은 임기도 최선을 다하겠다."

-반성이라고 하면 그간 언행에 관련된 건가
"아마 다 포함될 겁니다. 제 스스로 갖추지 못한 것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계기나 조언은.
"주변의 제 지지자들의 조언도 있었고, 제 스스로도 공부가 되지 않으면 오히려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총선이 얼마 안남았는데, 중앙 정치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인가
"그런 생각보다, 나의 반성없이, 내가 변화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지역 주민들께 한말씀
"그저 죄송한 마음 뿐이다. 많은 걱정들 가지고 계신데, 제가 불출마 선언해서 죄송하지만, 제가 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해해주시리라고 생각한다."

-유승민 대표 사퇴와도 관련있나
"그렇게 연관되지 않는다."

-지도부가 반대하면 재고의 여지있나
"그런 일은 없을 것."

-향후 대권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제 스스로 변화없이 이런 모양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국민들께 누만 끼친다. 철저히 제 자신부터 돌아보는 시간, 그리고 걸맞는 실력과 깊이를 갖췄을 때 돌아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은 기자 lee.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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