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사드 ‘천궁’ 연말께 실전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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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술로 개발된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의 본격 양산을 앞두고 방위사업청이 최근 시험사격을 실시했다. 천궁은 수직으로 발사된 뒤 미사일에 장착한 화약이 폭발해 방향을 수정한다. 천궁의 발사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사진을 겹쳤다. [사진 방위사업청]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중거리 지대공(地對空) 유도미사일 ‘천궁(天弓)’이 연말께 실전에 배치된다. 신궁·천마 등 사정거리 10㎞ 이내의 단거리 유도미사일은 이미 국내 기술로 개발이 완료돼 실전에 배치됐지만 중거리 유도미사일의 실전 배치는 천궁이 처음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30일 “최근 충남 태안반도 인근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천궁의 품질인증 사격을 두 차례 실시했다”며 “천궁이 모두 목표물을 명중시키면서 시험발사에 성공함에 따라 대량생산에 돌입해 군에 납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천궁은 현재 무기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국산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천궁은 2012년 정부 연구개발 최우수 성과로 선정됐다. ADD 주도로 2001년 개발에 착수한 천궁은 11년 만인 2011년 개발을 완료했다. 개발비만 8000억원 이상이 들어갔고, 한 발당 가격도 15억원대다.

 공군은 그간 단거리 방공용 유도미사일 개발엔 성공했으나 중거리 방공은 1960년대 미국이 개발한 호크(HAWK)에 의지해 왔다.

 천궁의 최대 사거리는 40㎞로 15㎞ 안팎의 고도로 비행하는 물체, 특히 적 항공기를 요격하는 데 사용된다. 요격 고도가 40~150㎞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보다 요격 고도는 낮지만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수단 중 하나여서 한국형 사드(K-THAAD)라고 불린다.

 패트리엇 미사일이 날아오는 탄도탄을 요격해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불린다면 천궁은 ‘하늘을 향한 활’이라는 이름처럼 음속 이상(초속 345m 이상)으로 비행하는 항공기를 쫓아가 맞힌다. 천궁 한 포대(砲隊)는 다기능 레이더, 교전통제소, 발사대, 유도탄으로 구성된다. 다기능 레이더로 표적을 탐지하고 표적을 정밀 추적한 뒤 교전통제소에서 발사 명령을 내리면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쏜다. 미사일 발사는 신속히 공중에서 방향을 잡기 위해 수직발사 방식을 택했다. 미사일은 공중에서 전면부에 장착된 화약이 미세한 폭발을 일으키며 방향을 잡은 뒤 추적기와 항법장치가 작동해 목표물을 스스로 찾는다.

 이런 천궁의 실전 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추진하고 있는 KAMD 체계가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탐지-판단-결심-요격’이 핵심인 KAMD에서 요격수단 하나를 한국군 스스로 보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무상으로 제공한 호크 미사일은 50년 가까이 사용해 노후했으나 천궁은 훨씬 우수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어 전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산 절감 효과도 크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무기는 부르는 게 값이라 호크를 대체하기 위해 패트리엇 미사일 수백 기를 구입하거나 업그레이드했을 때 수조원이 들어갔을 것”이라며 “8000억원 이상의 개발비를 고려해도 천궁의 실전 배치는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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