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임동혁군에 대한 격려와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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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세계적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서 3위 입상한 신예 피아니스트 임동혁(18.모스크바 음악원)군이 심사에 불만을 품고 수상을 거부한 데 대해 음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10일 27면 보도)

점점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노골화돼가는 일부 심사위원들의 편파 판정에 정면 도전한 용감한 행동이며 통쾌하기까지 하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젊은 혈기를 앞세운 섣부른 행동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임군에게 박수를 보내는 쪽에선 2005년 쇼팽 콩쿠르 참가를 앞두고 심사위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길 잘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한 음악인은 "수상 거부는 자신이 결선까지 참가한 콩쿠르에 돌아서서 침을 뱉는 격"이라며 "어차피 콩쿠르란 주관적이며 정치색이 짙은 것도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음악인은 임군 특유의 빠른 템포 설정 등 '자유로운 표현'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겠지만 심사에서는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 콩쿠르의 편파 심사 파문으로 동료 심사위원이 도중에 사표를 던지는 경우는 심심찮게 있었지만 연주자가 수상까지 거부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1980년 쇼팽 콩쿠르에서 이보 포고렐리치가 예선에서 탈락하자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이에 반발, 심사위원직을 사퇴한 바 있다.

한 피아니스트는 "한국 출신의 기량이 눈에 띄게 향상하자 유럽과 중국.일본에서 노골적인 방해 공작을 펼치고 있다"며 "유명 콩쿠르 심사위원단에 한국인 참가를 확대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 콩쿠르는 사실상 30~40명의 피아니스트들이 돌아가면서 심사를 맡는데 일단 심사위원단 풀에 들어가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콩쿠르는 필요악이다. 아직 신인 발굴을 위한 장치로 이만한 것도 없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라도 임군은 하루 빨리 흥분을 가라앉히고 연습에 정진해야 하지 않을까.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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