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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림동,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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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광주시 동구 운림동 증심사 길목에 화가 작업실·미술관·갤러리 카페 등이 잇따라 입주, 시내 궁동에 이어 제2 예술의 거리를 형성해 가고 있다.

무등산 자락이라서 풍광이 뛰어나고 조용해 작업여건이 좋을 뿐 아니라 도심과 가까와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맨 처음 둥지를 튼 화가는 남종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1891~1977)선생. 의재가 차밭을 가꾸고 운필(運筆)하면서 후진들을 양성한 곳이 배고픈 다리와 홍림교 사이 연진미술원(옛 연진회관)이다.1939년 의재 등 서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인 연진회(鍊眞會)는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2001년 개관된 의재미술관(062-222-3040)에는 의재와 그가 교유했던 사람들 작품,유품 등을 전시돼 있다. 강보선 학예연구사는 “자연과 풍광을 안으로 끌어들이게 미술관이 지어져 인상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연 7만여명이 다녀간다”고 말했다.

‘빛의 화가’우제길 화가는 1998년 옛 금남중 건너편에 작업실 겸 집을 짓고 문화관광부에 미술관 등록까지 마쳤다. 최근 우제길미술관(062-224-6601) 앞에 동구청의 지원을 받아 스테인레스 스틸 조각품을 세워 소공원을 꾸몄고 미술관 양측에 조각품을 하나씩 설치했다. 우화백은 “소공원에 조명시설를 갖추고 화강암 의자들도 비치해 누구나 편히 미술관을 들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라인광명아파트 뒷편 산자락에는 광주시전 초대작가인 서강석(50)씨가 지난 3월 작업공간을 신축해 이사왔다. 2층은 작업실로 쓰고 1층을 갤러리(062-223-3577)로 꾸며 서양화 20여점을 전시 중이다. 갤러리 앞에 있는 레스토랑 ‘아드리아’에 신청하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서화백은 “예상밖에 많은 이들이 찾아와 상시 개방할 계획”이라고 했다.

밖에서 보기엔 카페지만 안에 들어서면 유명 화가들의 그림이 눈길을 끄는 ‘갤러리 란(062-227-6705)’도 동산마을 건너편에 최근 문을 열었다. 1층 28평 크기의 실내에는 7점의 서양화를 전시했다.서양화를 전공한 주인 이경란(35·여)씨는 “소장품을 바꿔 가며 전시하고 초대전도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라인2차 아파트 뒷편에는 도예가 공선경씨의 공방,학운초등학교 건너편에는 김치준(46)씨의 아리랑 도예공방이 있다.

‘예술을 하는 사람과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영대(49·변호사·학동 평화맨션)회장은 “무등산을 끼고 도심과 10∼20분 거리인 운림동이 전원도시의 장점을 겸비해 미술인들이 많이 찾아들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미술인 많이 살다=운림동과 이에 인접한 학동에는 미술인이 많이 살아 길거리와 음식점,찻집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서양화가 황영성·김대원(이상 조선대)·김종일(전남대)·송숙남(광주대)·국중효(목포대) ·김충곤(동강대)교수와 강연균·오건탁 전 광주시립미술관장, 전업작가 이강하·정상섭씨, 여류화가 정송규씨가 그들이다.

또 원로인 강용운 전 광주교대 교수와 김흥남 전 전남미협 회장, 최용갑 화백도 이 곳에 산다. 조각을 하는 문옥자(호남대)·조의현(조선대)교수, 동양화가 계산 정찬홍 화백과 의재의 장손자인 직헌 허달재 화백도 살고 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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