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엔 “한겨울에 여름옷” 경제팀 출범 땐 “지도에 없는 길 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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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겨울인데 여름옷을 입고 있는 격이니 감기에 걸려 죽을 수 있다. 계절이 바뀌었으니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지난해 6월 13일 서울 서초동 한 호프집.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명을 받은 그날 밤 후보자 신분이었던 최경환 부총리가 꺼낸 말이다.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대출 규제는 여름철(호황)에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었다. 그가 공식 취임하고 한 달 후인 8월 정부는 LTV·DTI 규제를 완화했다. 최 부총리는 취임 후 1년 동안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리고 정책으로 실현하기도 했다.

 박근혜 2기 경제팀을 이끌게 된 최 부총리의 앞은 험로였다. “새 경제팀은 지도에 없는 길을 걸어가야만 할지 모른다.” 취임 사흘째를 맞는 지난해 7월 18일 처음으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꺼낸 얘기다. 한국 경제는 지도에 없는 길로 빠져들고 있었다. 경제성장률 3% 후반 전망은 물 건너갔고 물가상승률 1%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충격은 경제 곳곳에 번져 나갔다.

 ‘지도에 없는 길’을 얘기하고 일주일도 채 지나기 전인 7월 23일 당정협의에서 최 부총리는 경고 수위를 높였다. “새로운 전기 없이 그대로 갔다가는 자칫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 경제팀 자원을 총동원해야 하는 급한 시기에 최 부총리는 때 아닌 설화에 휘말리기도 했다. “금리의 ‘금’ 자도 얘기 안 했지만 ‘척하면 척’이다.” 지난해 9월 2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어떤 얘기를 나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대답이다.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지만 한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낮추며 정부 정책에 화답했다. 최 부총리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며 발을 맞췄다. 올해 예산을 짜면서 2014년보다 20조원을 늘렸고 7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11조6000억원을 더 얹었다.

 최 부총리의 고민은 더 있다. 청년 실업 문제다. 올해 4월 27일 “청년 고용절벽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27일 청년에게 20만 개의 일자리 기회를 주는 ‘청년 고용절벽 대책’을 발표하면서 “청년에게 내 일(my job)을 찾아줘야 우리 경제의 내일(future)이 있다”고 다시 강조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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