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하면 이젠 태안 … 어획량, 울릉도·속초 제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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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6시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 물고기를 불러들이는 조명 기구인 ‘집어등’을 주렁주렁 매단 어선들이 속속 들어왔다. 쉴 새 없이 스티로폼 상자에 담긴 오징어들이 어선에서 부두로 올라왔다. 이날 약 40척이 잡아온 오징어는 20마리들이 약 2만 상자. 모두 인근 서산수협 안흥위탁판매장으로 옮겨져 경매에 부쳐졌다. 어선들은 상자당 1만5000~1만8000원씩, 이날 하루에만 3억원 넘는 판매액을 올렸다.

 충남 태안군 앞바다가 새로운 오징어잡이 명소로 떠올랐다. 올해 어획량이 전통적인 오징어잡이 어장인 동해 북부와 울릉도를 눌렀다.

 26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충남 서산수협에서 위판된 오징어는 총 646t에 이른다. 모두 태안 앞바다와 인근 지역에서 잡은 것들이다. 같은 기간 속초수협 위판량(631t)보다 많다. 울릉수협이 기록한 127t에 비하면 다섯 배가 넘는다. 지난해 위판량은 울릉수협이 서산수협보다 많았으나 올 들어 완전히 역전됐다.

 서산수협의 올 상반기 오징어 위판량은 국내 최대 오징어 어장을 끼고 있는 부산수협(3839t)과 경북 포항시 구룡포수협(2203t)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격차는 많이 줄었다. 지난해에는 서산수협 위판량이 부산수협의 6%에 불과했으나 올 상반기엔 17%로 증가했다.

 오징어는 따뜻한 물을 따라 겨울에 동중국해에서 머물다 봄·여름에 남해와 동해를 거쳐 러시아까지 올라가고 겨울이면 다시 동중국해로 돌아간다. 이런 오징어들 중 일부는 남해에서 동해로 들어가지 않고 서해로 올라온다. 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오징어잡이 어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그러다 10여 년 전 태안 앞바다에서 오징어잡이가 시작됐다. 특히 올해는 오징어 풍년이 들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영일(42) 박사는 “태안군 제일 서쪽인 격렬비열도 바닷속 온도가 섭씨 14~18도 정도여서 오징어가 살기에 안성맞춤”이라며 “이 때문에 이 지역에 오징어가 몰려와 집단 서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를 따라 어선도 몰려들었다. 평소엔 그물로 멸치를 잡는 어민들이 함께 오징어를 잡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동해 지역의 전문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태안 앞바다에서 오징어를 낚고 있다. 현재 이런 오징어잡이 채낚기 어선 100여 척이 태안군 격렬비열도 인근 바다에서 조업 중이다.

 이처럼 동해 쪽 어선이 태안 앞바다로 옮겨온 데는 올해 동해에서 오징어 보기가 귀해진 까닭도 있다. 동해 쪽에는 예년과 달리 찬물이 밀려와 오징어 잡기가 힘들어졌다.

 서산수협 이상만(47) 상무는 “태안에서 잡혀 서산수협에 들어온 오징어는 새벽에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두 시간 내에 수도권에 다다를 수 있어 신선도가 높다”고 말했다.

 태안군 김남용 수산행정팀장은 “오징어를 잡아 들여와 손질하고 경매하는 모습을 보러 최근 안흥항과 신진도항에 하루 평균 2000여 명의 관광객이 오고 있다”며 “오징어 축제를 여는 울릉도처럼 오징어를 주제로 한 관광상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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