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알짜'라더니…개포8단지 인기 시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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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기자]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 강남구 개포8단지 입찰전이 싱겁게 끝났다. 단독으로 응찰한 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손쉽게 계약을 따낸 것이다. 이번 입찰은 일반적인 경쟁입찰과 달리 한 곳만 응찰해도 최소 입찰액 이상의 가격을 써내면 입찰이 성립되는 방식이다.

낙찰가는 1조1908억500만원으로 최소 입찰액(1조1907억9900만원)보다 고작 600만원 높았다. 당초 업계는 입찰 경쟁이 불붙을 경우 낙찰가가 1조5000억원까지 뛸 것으로 봤지만, '입찰 과열'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당초 입찰 참여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건설사들이 입찰을 포기해서다. 대형 건설사인 삼성물산·대우건설·롯데건설과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입찰 마감 전까지만 해도 이들 업체는 모두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땅값을 비롯해 아파트 건축비, 금융비용 등 자금조달 부담이 컸다"고 입찰 불참 이유를 밝혔다. 강남권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을 안는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1조2000억원 수준인 입찰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는 이어 "잔금납부·인허가 등 절차를 밟으면 2년6개월 후에나 일반분양에 들어갈 것"이라며 "그 시점 부동산 시장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리스크(위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 이후 공급 집중 우려도

임대주택 건립 가능성이 큰 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개포8단지 매각으로 줄어든 임대주택은 개포9단지(690가구)를 2000여 가구로 재건축해 부족분을 메운다는 게 공무원연금공단의 방침이다. 문제는 8단지에도 일부 임대주택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 수립 과정에서 9단지 외에 8단지에도 임대주택 건설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기존 임대주택 가구수(2370가구)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개포9단지를 재건축하고, 부족한 임대물량을 8단지에 떠넘길 수 있다"며 "사업성 측면에서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물량 집중에 따른 우려도 반영됐을 것으로 본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인근 개포주공1~4단지와 개포시영, 구룡마을 등 1만8000여 가구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분양 또는 입주한다"며 "이런 상황에 8단지 물량까지 시장에서 받아내긴 힘들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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