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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돌·바람·여자 & 카페 커피향 솔솔~ ‘사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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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의 최신 트렌드는 ‘카페 순례’다. 해변 카페에 멍하니 앉아만 있어도 좋다. 사진은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카페 ‘제주맑음’.

예부터 제주도는 삼다도(三多島)라 불렸다. 돌·바람·여자가 많아서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다도(四多島)’가 더 어울릴 듯싶다. 우후죽순 생긴 카페 때문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따르면 7월 현재 제주도에는 모두 749곳(제주시 410곳, 서귀포시 339곳)의 카페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제주도의 ‘비알콜 음료점업’ 개수는 383개였다(비알콜 음료점은 다방·카페 등을 포함한다). 9년 만에 최소 두 배가 늘어난 셈이다. 특히 2011∼2013년 3년 사이 해마다 약 140개씩 늘어났다.

제주도가 별안간 ‘카페 천국’이 된 이유를 알려면 제주여행 트렌드를 이해해야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여행은 만장굴·용두암 등 유명 관광지만 콕콕 찍어서 둘러보는 이른바 ‘점 여행’이 대세였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 제주여행 트렌드가 바뀌었는데, 그 변화를 이끈 주인공이 제주올레였다.

2007년 9월 1코스 개장을 시작으로 2012년 11월 섬을 한 바퀴 도는 제주올레가 완전 개통하면서 제주여행 판도는 송두리째 바뀌었다. 관광지와 무관했던 포구마을·중산간지역·곶자왈·오름에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제주의 속내를 경험한 올레꾼 중 일부는 아예 제주로 터전을 옮겼다. 2010년 이후 불어온 소위 ‘제주이민’ 바람이다. 그들 제주이민자가 낯선 땅 제주에서 선택한 가장 용이하고 유력한 생업 수단이 바로 카페 영업이었다. week&이 이번에 취재한 카페 20곳 중에서도 제주 토박이 집은 두 곳뿐이었다.

“망한 집도 많아요. 경쟁이 치열해지니까 인테리어도 신경 써야 하고 메뉴도 개발해야 해요. 우리는 한라봉에이드가 잘 나가요.” 월정리 해변의 카페 ‘제주맑음’의 최영훈(46) 사장도 제주 이민자다. 최 사장의 말마따나 제주 카페에선 커피뿐 아니라, 감귤·한라봉·녹차 등 제주 농산물로 만든 이색 음료도 많다.

‘앤트러사이트’ 한림 분점은 서울 합정동에있는 본점에서 원두를 받아 다 커피를 내린다.

제주 카페는 대부분 해안을 따라 들어서 있다. 월정리·고내리 등 물빛이 고운 해안마을에는 아예 카페촌이 형성돼 있다. 예전에 부모 세대가 천지연폭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듯이 요즘 젊은이는 카페에서 셀카를 찍고 SNS에 올린다. 현재 SNS에 가장 자주 보이는 제주 현장은 의외로 카페 풍경이다. 부산에서 친구와 함께 왔다는 최민희(27)씨를 구좌읍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제주도에 오면 하루에 카페 한 곳은 가요. 단골집도 있어요. 커피 한 잔 시켜놓고 한두 시간 놀다 가요.”

공간 자체가 매력적인 카페도 많다. 현무암 돌담을 두른 제주 전통가옥, 60년 동안 전분을 생산하던 공장, 영화에 등장했던 세트장도 카페로 변신했다. 시인·사진작가·영화감독 등 문화예술인이 차린 카페도 여럿이다. 강릉을 커피의 고장으로 이끌었던 ‘테라로사’도 지난해 서귀포에 들어왔다. 제주도까지 가서 카페 타령이냐고 물으신다면, 당신이 최신 트렌드에 어두운 것이라고 답하겠다. 카페는 2015년 여름 현재 가장 뜨거운 제주의 관광 명소다.

글=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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