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ISO 서울총회, 표준 강국 도약 기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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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제대식
국가기술표준원장

올해 우리나라는 가뭄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42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논밭은 말라붙고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다. 이를 바라보는 농부의 가슴은 타들어 갔고 소비자들 역시 급등한 채소 가격에 어려움을 겪었다. 잠시 지나간 태풍이 해갈에 도움을 주긴 했지만, 봄 가뭄에 따른 물부족 현상은 여전히 지속할 것이라고 전문가는 예측하고 있다.

 가뭄과 물부족과 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인구증가, 신흥국 에너지 소비증가 등 그 원인도 다양하여 전 지구촌의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어 지난해 국제표준화기구(ISO)는 물 발자국 산정방법을 국제표준(ISO 14046)으로 제정하였다.

 물 발자국이란 제품의 원료취득부터 제조, 유통,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사용되는 직·간접적인 물의 총량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의 물 발자국은 132리터, 초콜릿 1개(100g)의 물 발자국은 1700리터로 계산할 수 있다. 물 발자국을 통해 물 소비량에 대한 규제가 가능해짐에 따라 이미 호주, 미국, 스페인 등이 ‘물 발자국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시범사업에 나섰다. 우리 정부 역시 물 절약을 위한 ‘물 발자국 산정방법’을 국가표준(KS)으로 제정하였다. 이를 통해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고 선진국의 규제 도입에 미리 대응할 수도 있다.

 이처럼 표준은 과학기술과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사용됐던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기후 변화와 물부족 등 전세계가 고민하는 공통적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세대의 안전하고 편리한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나아가 자국의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각 나라에 마련된 무역기술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주요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9월 13일부터 18일까지 6일간, 한국이 ISO에 가입한 지 52년 만에 처음으로 ISO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한다. ISO총회는 세계에서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ISO의 최고 의결기구이다. 이번 서울총회에는 165개 ISO 회원국에서 오는 700여명의 표준 기관 최고 책임자들이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환경, 에너지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국제표준에 대하여 개발방향과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ISO 서울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우리 국민과 기업에 표준의 중요성과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 세계 표준 전문가들에게 국내 기업의 우수한 제품과 기술수준을 소개함으로써 우리나라가 글로벌 표준강국으로 힘차게 도약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표준의 대표기구인 ISO 서울총회가 50여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ISO 총회를 통해 전 세계는 더 나은 표준을 고민하고, 더 풍요로운 세상을 논의한다.

제대식 국가기술표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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